▶ 글 싣는 순서 |
①고교 진학 포기해야 했던 신유빈, 고민하는 韓 전설의 딸 ②사교육에 부담 느는 학부모, 쉬지 못하는 학생 선수 ③'韓 체육 딜레마' 성과 없인 지원 없고, 지원 없인 성과 없고 ④韓 장애인 체육, 외형적 발전에도 접근성 부족…여전히 아쉬운 관심 ⑤건강한 전문 체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새 정부의 로드맵은? |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활기찬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 체육의 세부 국정 과제로 '장애 유형별 맞춤형 스포츠 지원'을 선정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장애인형 국민체육센터 건립('19년~'21년, 66개소) △장애인생활체육교실 지원('18년~'21년, 2,452개소)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 배치('18년~'21년 3,209명) △장애인 체력인증센터 설치·운영('18년~'21년, 9개소) 등이 있었다.
지난 5년간 장애인 체육은 2018 평창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예산 및 사업 확대와 시설 확충 등 외형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특히 2018년 발표된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 계획의 일환인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사업은 2019년 시작 이후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2년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가맹점 수는 2018개(69% 증가) △선정 인원과 실제 이용자는 각각 6424명(79% 증가)과 3936명(189% 증가)으로 뚜렷하게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다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 많은 장애인들이 분포돼 있는 수도권에서 강도 높은 방역 지침으로 가맹점의 운영 중단과 감염에 취약한 장애인들의 외부 활동 감소로 지난해 실제 사업 집행률은 28.3%에 그쳤다. 올해 가맹점의 운영 재개 및 강좌 제공 확대 등에 힘입어 강좌 이용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정부는 시설, 지도자, 프로그램 등 종합적 지원으로 장애인들이 생활권 내에서 주도적으로 체육을 즐길 수 있도록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수의 엘리트 체육을 통한 국위 선양에서 국민 모두를 위한 스포츠로 가치가 전환되면서 국민 권리 강화 및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강조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도 나타났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 회장은 CBS노컷뉴스와 최근 인터뷰에서 "아직 체육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의 장애인들의 체육 참여 접근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형적 확대 외에도 향후 지역 기반의 사회 통합형 프로그램 시행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방 장애인 체육의 비활성화, 전문성이 결여된 점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현재 전국 226개 시군구에 설치된 장애인 체육회는 138개소(61%)뿐이다. 정 회장은 차기 정부에 시군구 장애인 체육회의 설치 확대와 운영 안정화를 통한 지역 거점 생활체육 운영 조직의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장애인 생활 체육 지도자의 확대 배치와 비장애인과 차별성 및 특성을 감안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생활 체육 지도자는 900명 수준이다. 정 회장은 "15개 장애 유형 모두가 차이와 차별 없이 생활 체육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새 정부에 당부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지난 3월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 원정 대회 사상 최다인 82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알파인스키 최사라, 스노보드 이제혁 등 젊은 선수들이 패럴림픽 데뷔전을 치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아이스하키는 전력 분석관 2명을 배치하는 등 스포츠과학 지원을 받아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연속 4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평창 대회 이후 패럴림픽 대표팀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패럴림픽의 지상파 방송사 중계 확대를 직접 지시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직 올림픽 중계에 비해 저조하지만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개최된 2018 평창패럴림픽과 2020 도쿄패럴림픽은 국내 패럴림픽 사상 최장 중계 시간이 편성됐다.
하지만 패럴림픽뿐 아니라 장애인 체육은 전반적으로 비장애인 체육에 비해 국민적 관심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2만2510 시간이었던 2020 도쿄올림픽의 중계에 비해 2020 도쿄패럴림픽은 1925시간으로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 체육 실업팀은 지난 3월 기준으로 26개 종목 99개다. 약 470명의 선수가 소속돼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중 장애인 실업팀을 운영하는 기관은 선수 1명으로 운영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키팀이 유일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2017년 4월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조사한 '장애인 직장 운동 경기부 실업팀 운영 실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법률적으로 장애인 실업팀 설치 근거가 미약하다. 기업과 지자체의 예산 절감 시 장애인 실업팀 축소가 우선 순위에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 바 있다. 정 회장은 "대부분의 장애인 실업팀 재정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면서 "실업팀의 창단과 재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종목별 경기 단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문 체육, 생활 체육, 국가대표 선수단 관리 등 종목별 장애인 체육을 관장하는 인력은 사무국장 1명, 중간 관리자 1명, 직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비장애인 가맹 단체 평균 인력(약 10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건비로 이직률은 매년 20%에 달한다. 정 회장은 "장애인 체육 종목별 경기 단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장애인 체육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장애인 체육은 외형적 성장을 이뤄내는 등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생활 체육의 정책 보완과 전문 체육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민적 관심 저하로 이어져 퇴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회장은 "장애인은 체육 활동을 통해서 건강한 육체를 만들 수 있다"면서 "몸이 건강해야 일하며 독립하고 사회 속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 활동이야말로 장애인이 통합 사회로 가는 첫 번째 길"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새 정부가 장애인 체육 활성화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