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렸다.
KBL는 지난 11일 프로농구 FA 대상자 46명을 공시했다. 이들은 25일까지 10개 구단과 자율 협상을 진행한다.
FA 영입은 구단이 팀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올해 FA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KBL에 뿌리내리는 새 구단들이 본격적으로 영입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6월에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 인수 협약을 체결했고 3개월 뒤에 창단식을 치렀다. 이 때문에 작년 5월 FA 시장의 주요 고객이 되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한국가스공사는 팀내 연봉 1위(4억원)의 두경민이 FA 자격을 얻고 팀내 연봉 4위(3억원) 김낙현이 군 복무를 위해 자리를 비운다. 주요 선수들의 연봉 인상과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샐러리캡 여유분을 감안하면 FA 시장에서 '큰 손'이 될 여지가 있다.
게다가 다음 시즌 샐러리캡은 종전보다 1억원 인상된 26억원이다. FA 선수는 물론이고 FA 영입에 관심이 많은 구단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고양 오리온 농구단을 인수하고 새롭게 출범할 예정인 데이원자산운용의 행보 역시 주목해야 한다.
데이원자산운용은 허재 전 남자농구 국가대표 감독은 구단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 내정하고 창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를 두 차례 정상으로 이끌었던 김승기 감독이 유력한 창단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모든 신생 구단은 첫 시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한다. 데이원자산운용에게 올해 FA 시장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원주 DB 소속으로 올해 FA 자격을 획득한 허재 전 감독의 아들 허웅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허웅은 2021-2022시즌 평균 16.7득점, 4.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다.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수려한 외모와 열정적인 플레이가 널리 알려지면서 KBL의 독보적인 인기 스타로 발돋움 했다.
허재-허웅 부자는 과거에 한 팀에서 뭉칠 기회가 있었다.
허재 전 감독은 전주 KCC의 사령탑을 맡았던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허웅을 뽑을 기회가 있었지만 아들과 한 팀에 있다는 게 부담된다는 이유로 지명을 포기했다. 허웅은 5순위로 DB(당시 원주 동부) 유니폼을 입었다.
허재 전 감독은 두달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2014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아들을 뽑지 않은 선택에 아내의 불만이 많았다며 "서류상 이혼만 안 했다 뿐이지 거의 이혼 단계까지 갔다"고 웃으며 말한 바 있다.
만약 허재-허웅 부자가 한 팀에서 뭉친다면 이는 당분간 프로농구 최대의 이슈가 될 것이다. DB를 포함해 허웅의 기량과 스타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는 몇몇 구단들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데이원자산운용에게는 '집토끼' 단속도 중요하다. 고양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이승현은 올해 FA 최대어로 손꼽힌다. KBL에서 매우 귀한 토종 빅맨으로 팀의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승현 없는 오리온은 상상할 수 없다. 이는 오리온의 선수단을 승계하는 데이원자산운용에게도 마찬가지다.
두 팀 외에도 전력 상승을 원하는 구단은 이번 FA 시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
SK를 통합 우승으로 이끈 '챔피언결정전 MVP' 김선형을 필두로 이승현, 두경민, 이정현(KCC), 전성현(KGC인삼공사) 등 걸출한 스타들이 대거 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SK는 팀의 상징과도 같은 김선형을 어떻게든 붙잡을 것이다. 하지만 김선형에게 프랜차이즈 스타의 '디스카운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김선형은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지난 시즌을 계기로 KBL의 독보적인 슈터로 이름을 날린 전성현은 FA 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기대된다. 베테랑 슈터 이정현은 보상선수 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아 올해 FA 시장의 진정한 알짜라는 평가다.
사령탑이 바뀐 구단들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서울 삼성은 은희석 감독을, 창원 LG는 조상현 감독에게 각각 지휘봉을 맡겼다. 구단은 새로 온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그 시작은 FA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