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에서 블랙홀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ETH 국제공동연구진은 12일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은 궁수자리A*로 전 세계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EHT(Event Horizon Telescope)를 이용해 발견됐다.
궁수자리A* 블랙홀은 2019년 4월 공개된 M87은하 블랙홀에 이어 두 번째로 관측된 블랙홀이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A*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약 2만7000광년 거리에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약 400만배이다.
지구로부터 약 5500만광년 떨어진 M87은하 블랙홀과 비교하면 2000분의 1 정도로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유력한 연구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다만 M87은하 블랙홀에 비해 질량이 1500배 이상 작은데다 블랙홀 주변의 가스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영상이 심한 산란효과를 겪어 관측이 어려웠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동안 확보한 관측자료를 슈퍼컴퓨터로 분석하고 다량의 영상으로 재현한 뒤 비교하는 실험을 5년 동안 진행한 끝에 궁수자리A* 블랙홀의 이미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빛을 흡수할 만큼 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 관측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영상이나 논문에서 제시된 블랙홀은 모두 이론을 바탕으로 한 상상인 셈이다.
그러나 물질이 블랙홀의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선을 지나 빨려 들어갈 때 그 일부가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높은 해상도의 관측장비로 보면 그 경계선에서 구부러진 형태로 빛을 내는 원반 모양을 관측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이 곳곳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을 포착하려 한 국제협력이 바로 ETH이다.
여기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3기가 ETH 다파장 캠페인에 참여해 궁수자리A* 블랙홀의 구조가 원형에 가깝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국내 연구자와 해외 한국인 연구자들이 ETH의 주요 망원경인 칠레 아타카마 밀리미터 서브밀리미터 전파갑섭계와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 운영에 참여해 다양한 과정을 수행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궁수자리A* 블랙홀은 집단지성으로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 중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라고 평가했다.
궁수자리A* 블랙홀 영상화 작업에 참여한 조일제 박사는 "이번 관측을 바탕으로 머지 않아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과정도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