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부터 중진의원까지…野, 성추행 악몽 초비상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오른쪽)·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성 비위 의혹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험로가 예상되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추문에 휩싸였다. 그동안 주요 고비 때마다 당내 성비위 의혹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민주당이 또다시 코너에 몰렸다.

3선 박완주, '성비위+피해자 의원면직' 의혹

민주당은 지난 12일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3선 중진의 박완주(충남 천안을) 의원을 성비위 의혹으로 제명했다고 밝혔다. 신현영 대변인은 "국회 차원에서 징계를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라고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성비위를 넘어 제3자를 통한 대리 서명으로 피해 의원실 직원 A씨에 대한 의원면직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도 이날 공개 비판문을 통해 "성비위를 포함한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의원면직을 유도하고, 협의가 안 되자 직권면직을 추진하는 의원실이 있다"며 사실상 박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연합뉴스

충남 천안에서 내리 3선을 지낸 박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해 옛 안희정계로 분류된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는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를 도와 충남도당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할 예정이었다.

충남지사 선거에서 천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민주당의 험로가 예상된다. 이를 의식한 듯 양 후보는 이날 충남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경사스러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엎드려 절하는 심정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안희정, 오거돈…잊을만 하면 터지는 성추문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6월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박중석 기자

민주당은 그동안 주요 고비 때마다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보좌진에 이르기까지 성비위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18년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가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미투'가 나오며 지사직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로 꼽혔던 안 전 지사는 이 일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지난 2020년 4월에는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이 강제추행 혐의로 사퇴했고, 같은 해 7월에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결국 공석이 된 두 시장 자리는 이듬해 4월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의원실 최고참' 보좌관에도 쏟아지는 성비위 의혹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 박종민 기자

성비위 잔혹사에도 민주당의 성추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최강욱 의원이 당내 온라인 회의에서 성희롱성 발언(이른바 '짤짤이'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당이 징계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의원실 내 최고참인 보좌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월에는 민주당 김원이 의원의 전 보좌관이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고, 양향자 당시 민주당 의원의 특별보좌관도 직원 성추행 혐의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태한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성추문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그때마다 반성은커녕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칭하고, 2차 가해를 범하면서도 뻔뻔한 태도를 고수해왔다는 점"이라며 관련자들의 제명을 요구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성범죄로 정권을 반납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다며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 피해자가 드러나거나 가해자의 가해 행위가 가십처럼 떠돌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野, 지선 위기…고개 숙이지만 신뢰 회복 요원

민주당은 말 그대로 초비상이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논란이 터진 12일 당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위원장은 "국민과 피해자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며 고개를 숙였고, 박 위원장 역시 "현재 의혹이 제기돼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예외 없이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하겠다"며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6.1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허니문 기간'에 치러지는 만큼, 애초 시작부터 판세가 민주당에 불리하다. 대선 패배 이후 이렇다 할 쇄신과 반성도 없었던 민주당에게 성비위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매번 같은 사과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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