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도 철회도 없는 '정호영 카드', 속 타는 국민의힘

결단 없는 정호영 장관 후보자…"결국 강행하나" 우려 계속돼
"나머지 내각 후보자들까지 볼모 삼는 야당에 대응 도구이기도" 신중론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윤창원 기자

자녀의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 등 '아빠 찬스'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도, 지명 철회도 없이 임명 수순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며 여당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야권에 맞설 '적합한 후보자'로서의 명분과 지방선거 표심으로 직결될 수 있는 여론의 반응을 고려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정 후보자 인선 강행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등 다른 후보자들 다수에 대해 불가 방침을 세우는 등 비협조적인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점이, 이러한 '강대강' 대치에서 국민의힘이 버틸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일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공식 임명했다. 전체 18개 부처 가운데 9개 부처의 장관직을 채우며 내각 완성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 후보자 임명 여부와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정 후보자의 임명 수순이 진행 중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불법은 없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아무래도 임명이 진행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번째)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하지만 당내에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 후보자만큼은 안된다'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머지 다른 후보들은 대통령의 의지대로 밀고 나가되, 정 후보자는 배제하는 게 '백점'"이라며 "정 후보자는 지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아킬레스건이나 마찬가지인데, 대통령이 직접 왜 그래야만 하는지 설명하고 나설 수 있는 정도가 아니고서야 여론이 따라줄 수 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인사다. 당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크다"며 "이런 인사는 지금이라도 배제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대통령이 (지난 7일)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까지 요청해 그대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현재 국회 상황을 보면서 '줄 건 주고, 받아낼 건 받아내는 협치가 도저히 안 되겠다, 양보한다고 화해가 될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는 게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면서도 "야당이 강경하게 나오면 스스로 잃는 것도 많지만, 우리도 분명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의 이같은 우려의 끝에는 '표심'이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집권 여당으로서 선명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심의 역풍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시기에 여당에 덜미를 내줄 만한 요소는 최대한 쳐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윤 대통령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여기서 밀리면 계속 밀리는 거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당내에서도 우려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한 걸로 아는데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이러다 이번 지방선거 큰일 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 지지자들에게조차 이렇게 비판이 많은데, 다른 국민은 어떻겠냐. 지방선거가 참 걱정스럽다"며 "대통령도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일 거라 생각하는데, 이대로 인선이 진행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반면 민주당이 최근 한덕수 총리 후보자 등에 대해 연일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일단은 '정호영 카드'를 들고 있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에게 불리한 정 후보자 논쟁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발목잡기'를 강조하자는 전략이다.
 
또 다른 당내 다선의원은 "민주당 정부의 사람이었던 한덕수 후보자마저도 가로막고 내각 첫 단추조차 제대로 못 채우게 하는 게 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일"이라며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이나 한동훈 후보자 청문회 등 패착으로 상당 부분 희석됐다고도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럼에도 여권이 계속해서 고집을 피운다면, 우리가 의석수가 더 적은 상황에서 대응할 도구가 별로 없다는 건 고민되는 일"이라며 "지난 20대 국회 말에 패스트트랙 사태 말고도 농성, 보이콧 등 여러 강경한 조치들을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민심과 동떨어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민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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