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방재정 보강을 위한 법정지출 23조 원 포함 59조 4천억 원으로 편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50조 원 공약' 이행 여부와 함께, 국채 발행 없이 재원 조달이 가능 하느냐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9.4조 중 일반지출 36.4조…방역·민생 덜고 나니 소상공인 지원은 26.3조
12일 정부가 발표한 올해 2차 추경안의 총 규모는 59조 4천억 원이지만, 이 중 법정지출인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3조 원을 제외한 일반지출은 36조 4천억 원이다.여기에 방역 보강, 민생·물가안정 뒷받침, 예비비 보강 등으로 책정된 10조 2천억 원을 한 차례 더 빼고 나면 소상공인 지원에 쓰이는 추경 예산은 26조 3천억 원으로 줄어든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 출범 전부터 강조해 온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손실보전금에 23조 원, 보완된 손실보상제도에 1조 5천억 원이 배분됐다.
소상공인 금융지원에는 신규대출과 대환대출, 채무조정에 1조 7천억 원, 컨설팅과 판로지원 등 경영지원에 1천억 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매출규모와 매출감소율, 업종을 고려해 최저 600만 원에서 최대 1천만 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앞서 언급됐던 인수위의 기조와 결을 같이 한다.
하지만 후보 시절 충분한 지원을 약속하며 50조 원을 언급했던 윤 대통령의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소상공인 지원이 중심이 되는 1차 추경과 2차 추경의 전체 규모를 합쳐서 '50조 원이 되느냐, 안 되느냐'라고 하는 것을 판단해 보실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1차 추경이 정확하게 16조 9천억 원이었고, 2차 추경의 일반지출 증액규모가 최종적으로 36조 4천억 원이 됐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합치면 53조 원이 넘는 수준이 된다"고 답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충분한 보상' 기조와 재정건전성 사이에서 고민한 기재부가 애매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차 추경을 합하거나, 지방재정 법정지출을 합해야만 50조 원이 넘는 추경안을 과연 '50조 원 추경안'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충분히 보상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정권 초기인 만큼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약속을 먼저 지키는 것이 맞다"며 "그 약속과 함께 재정건전성도 꼭 지키고 싶었다면 기업 감세나 부동산 감세를 먼저 하겠다고 해서는 안 됐다"라고 말했다.
"국채발행 없이 추경 가능"하다지만…"하반기, 지금과는 다를 것" 우려 커
정부는 이번 추경안을 내놓으면서 '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세계잉여금 등 가용재원 8조1천억원과 지출 구조조정 7조 원을 제외하고도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 53조 3천억 원을 활용하면 이번 추경 재원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기껏해야 1분기 국세수입 실적이 확인된 상황에서 무려 53조 원대 초과세수 전망이 섣부르다는 지적에 기재부는 2022년 국세수입 전망 자료를 별도 배포하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걷힌 국세수입 누계액은 111조 1천억 원이다. 세입예산의 32.3%에 달하는 수치이자 최근 5년 평균 26.0%를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세수를 재추계해 법인세 29.1조원, 양도소득세 11조8천억원, 근로소득세 10조 3천억 원 등 총 53조 3천억 원이 예산대비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초과세수 예측이 너무 시기상조인 데다, 많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겨우 1분기가 지났을 뿐인데 경제상황이 현재 예측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연말까지 유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법인세 같은 경우 작년에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서 올 3월까지도 실적이 좋은 것 같은데, 이는 예상을 상당히 상회한 것"이라며 "올해 추경하는 것 보다 더 좋은 실적이 나올지가 문제인데, 분명한 것은 남은 하반기 실적(의 상승세)는 지금보다 조금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업 실적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 발발로 2020년의 경제적 타격이 워낙 컸던 터라 상대적으로 거둔 반사효과가 적지 않은 데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기업은 코로나 상황에 맞는 새 먹거리를 개발해 매출을 늘렸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매출이 감소하는 등 다양한 상황을 단순히 세수 측면만 보고 긍정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초과세수가 세수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에 기반해 산출되는 것인 만큼 초과세수 자체를 마냥 신뢰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정부가 실적 만들기에 급급해 불필요한 재원까지 붙여가며 추경안을 편성한 것이 시급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세수의 이전, 코로나 사회적거리두기 해제, 물가 고공비행, 원화 약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시급한 부분부터 해결하고 경제 상황에 맞춰 지원금 마련에 나서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세수 예측을 정확하기 못했기 때문에 초과 세수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래서 규모도 상당히 커보인다"며 "물가도 오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법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보상을 하고, 지방교부세 등 법정 지출부분도 손을 봐야지 지금의 추경안은 진짜 도움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을 도와준다고 하기에는 부대비용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