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유정복, TV토론서 "수도권매립지 네 탓" 난타전

박남춘 "독소조항, 4자합의 문제"…유정복 "이미 해결한 문제"
행·재정 지원 vs 사용연장…반복되는 '4자합의' 책임 공방
이정미 "과거 얘기 그만…대안 얘기하자"
지역화폐 '인천e음' 명칭 놓고 "내가 원조" 설전
경제정책은? 朴 "국제도시 개발"·劉 "산단 활성화"·李 "마이스 육성"

6·1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후보,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인천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6월 1일 예정된 인천시장 선거를 20여일 앞둔 11일 열린 첫 TV토론회에서는 인천 서구 수도권쓰레기매립지 2025년 사용 종료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예비후보와 국민의힘 유정복 예비후보가 서로 난타전을 벌였다.
 

박남춘 "독소조항, 4자합의 문제"…유정복 "이미 해결한 문제"


먼저 포문을 연 건 유 후보였다. 유 후보는 이날 KBS 주관 TV토론회에서 "재임 시절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를 정말 어렵게 온 힘을 다해 해결했지만 박남춘 후보가 그 이행을 하지 않고 엉뚱한 핑계를 대며 지체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전직 환경국장들이 양심선언을 했는데 퇴물공무원이라고 모욕적인 언사를 했으니 사과하라"고 박 후보를 공격했다.
 
박 후보는 "아주 철저하게 매립지 문을 닫고 싶어서 추진했는데 단서조항이 문제였다"며 "대체매립지를 못 구하면 무한정 쓸 수 있다는 내용의 독소조항에 왜 합의했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진실은 내가 2015년 서울-인천-경기-환경부의 4자 합의를 이끌어 매립지 권한과 수도권매립지관리(SL)공사 관리권을 인천으로 갖고 올 길을 열었다는 것"이라며 "4자 합의를 통해 대체 매립지를 조성하고 서울·경기·환경부가 갖고 있는 땅을 인천시로 넘기면 (그 땅을 관리할) SL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다 해결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행·재정 지원 vs 사용연장…반복되는 '4자합의' 책임 공방


유 후보와 박 후보가 난타전을 벌인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사용 종료 문제는 유 후보가 2015년 인천시장 재임 시절 서울과 인천, 경기, 환경부 등과 맺은 '4자 합의'에서 비롯됐다.
 
이 합의는 서울·경기·환경부 등이 △대체매립지 480만평을 확보할 경우 소유권과 이를 관리할 SL공사의 운영권을 인천시에 이관한다 △폐기물 반입량에 따라 서울시와 경기도가 쓰레기 반입료를 50% 추가 납부한다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청라연장선 등 매립지 주변 개발을 지원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유 후보는 이 4자 합의를 통해 얻은 행·재정적 이득이 크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합의 내용에 대체매립지를 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기 때문에 자신이 매립지 문제를 해결했다는 게 유 후보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4자 합의는 매립지 사용 연장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른바 독소조항으로 불리는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 잔여부지 최대 15% 범위에서 추가 사용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박 후보는 자신의 시장 재임 기간 동안 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해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 등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 독소조항 때문에 해당 기관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나아가 해당 조항이 사실상 매립지의 영구 사용을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인천시가 2025년 말 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고 더 이상 서울·경기 지역의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대체매립지 조성이 급물살을 탔다. 박 후보는 유 후보의 주장에 대해 '돈 몇푼 지원받고 매립지를 영구적으로 사용하도록 놔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는 것이다.
 
유 후보는 "4자 합의는 그 누구도 해보지 못했다"며 "이걸 해놓았더니 왜 합의했느냐고 한다면 어이없는 것"이라고 하자, 박 후보는 "진솔하게 (시민들께) 피해를 끼쳤다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같은 논쟁은 박 후보와 유 후보뿐만 아니라 앞서 지난달 진행된 국민의힘 인천시장 경선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당시 서구를 지역기반으로 둔 이학재 예비후보는 박 후보와 같은 논리로 '인천시민에게 사과하라'며 유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는 "이학재 예비후보가 사실관계도 잘 모르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답변할 필요를 못느낀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정미 "과거 얘기 그만…대안 얘기하자"


정의당 이정미 예비후보는 두 후보의 공방이 격해지자 "두 후보 모두 과거의 진실 공방으로 시간을 보낼 게 아니라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건설적인 대안을 얘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유 후보에게 "SL공사를 인천으로 이관하는 것을 대체 매립지를 구하는 수단으로 얘기했다면 차라리 당시에 SL공사 운영권을 인천에 모두 이관하지 않고 서울과 경기, 인천이 각각 나눠서 이관하게 하자고 제안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대체매립지 한 곳을 구할 게 아니라 수도권 3개 시·도가 자체 매립지를 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후보에게는 "매립지 사용 종료를 선언한 2020년 당시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환경부 모두 민주당 소속 단체장과 기관장이 있던 시기였다"며 "일방적인 발표가 아닌 4자 합의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했더라면 지금처럼 안산시 등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인천e음' 명칭 놓고 "내가 원조" 설전


박 후보와 유 후보는 또 인천 지역화폐인 '인천e음'의 명칭을 놓고도 서로가 원조라며 설전을 벌였다.
 
유 후보는 "박 후보가 e음카드를 최대 실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제가 시장 때 시작했다"며 "혹시 e음카드라는 용어를 누가 제일 먼저 썼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가 자신이 먼저 그 명칭을 썼다고 하자, 유 후보는 "박 후보는 진실을 모르고 있다"며 "e음카드는 제가 5가지 카드를 만들면서 처음 썼고 5가지 중 하나가 e음카드"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명칭은 공모를 통해서 결정됐다"며 "원조 논쟁을 (더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가 나서 "유 후보가 만든 것을 박 후보가 발전시켰다"고 정리했다.
 

경제정책은? 朴 "국제도시 개발"·劉 "산단 활성화"·李 "마이스 육성"


세 후보는 이어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놓고 각자 해법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송도·청라·영종 국제도시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했고, 유 후보는 기존 산업단지를 최대한 활성화하고 바이오·IT·로봇·관광 등 미래 전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 travel)·컨벤션(Conventions)·전시(Exhibition) 등 이른바 마이스 산업을 발전시켜 인천을 성장시키겠다고 공약했다.
 
한편 인천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했으나 이번 TV 토론회에서는 배제된 기본소득당 김한별 후보는 KBS 방송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국회 의석수가 적고 인지도가 낮은 소수정당의 청년 후보는 토론 기회조차 박탈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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