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인가? 솜사탕인가?" 그 판결 이후…법원 앞 1인 시위 나선 김용균 어머니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1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정남 기자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는 어머니의 호소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가 법원 앞에 섰다.

11일 오전 고(故)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씨가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진짜 책임자다. 한국서부발전과 대표이사를 엄중 처벌하라'는 문구가 피켓에 담겼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당시 24살의 김용균 노동자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안전하지 않은 일터와 위험의 외주화가 드러났다.

김미숙씨는 지난 2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있었던 1심 판결을 잊을 수가 없다.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계기가 된 아들의 죽음. 하지만 원청 사업주인 전 서부발전 대표이사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숙 전 서부발전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모두 징역·금고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했다. 원·하청 기업 법인 2곳에 내린 벌금은 1천만~1500만 원이었다.

김미숙씨는 "진짜 여기(법원)가… 사람을 계속 죽이는 데 공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법원 앞에서 피켓을 들게 된 이유다.

당시 1심 판결 이후 각계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성토가 일었다. 김용균특조위 간사를 맡았던 권영국 변호사는 "깃털인가? 솜사탕인가?"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산재사망 노동자의 목숨 값을 가벼이 본다는 분노 또한 이어졌다.

노동자 죽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비극은 반복되지 않는다며, 노동·시민단체가 함께 다음 달 7일까지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 달 7일은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리는 날이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최형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한다.

"누구나 그 현장에 들어가서 일하면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것들이 이제는 노동자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회사나 법원이 제대로 처벌을 받거나 가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좀 됐으면 합니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어머니의 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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