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철·김병철에 김승현 그리고 이승현까지…스타 군단 오리온 '역사 속으로'

대구 동양 오리온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병철 페리맨 김승현 전희철 힉스. KBL 제공

고양 오리온 구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남자농구 국가대표 감독을 최고 책임자로 내정한 데이원자산운용이 프로농구의 새 식구가 된다.

오리온은 지난 10일 자산운용사 데이원자산운용과 연고지 고양시 유지,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 전원 승계 등을 골자로 하는 프로농구단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로써 프로농구 출범 원년인 1997년 대구에서 대구 동양 오리온스라는 이름으로 농구단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던 오리온은 농구 팬에게 추억의 구단으로 남게 됐다.

오리온은 동양 시절 전희철, 김병철 등 고려대 출신 농구대잔치 스타들을 앞세워 프로농구 출범 초창기에 인기몰이를 했다.

주축 선수들이 군 복무를 했던 1998-1999시즌에는 국내 프로스포츠 최장 기록인 정규리그 32연패의 불명예를 쓰기도 했다.

오리온의 전성기는 2001-2002시즌부터 시작됐다. 신인드래프트에서 동국대 출신 포인트가드 김승현을 뽑았고 폭발적인 운동능력이 장점이었던 마르커스 힉스를 영입했다.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취임한 김진 감독의 공격 농구는 두 선수와 함께 크게 빛을 발했다.

김승현의 천재적인 경기 운영 그리고 힉스와의 화려한 콤비 플레이는 농구 팬들을 매료시켰다. 오리온은 이상민과 추승균 등을 앞세웠던 전주 KCC(당시 대전 현대)와 더불어 전국구 인기 구단이 됐다.

오리온은 2001-2002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서장훈을 앞세운 서울 SK를 4승3패로 눌러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김승현은 오리온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이자 프로농구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오리온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후 오리온은 2011년 연고지를 대구에서 경기도 고양으로 옮기기 전까지 암흑기를 보냈다. 김승현은 부상이 잦았고 이면계약 파문도 터졌다. 2008년부터 4시즌 동안 세 차례나 꼴찌에 머물렀다.

2011-2012시즌부터 오리온은 고양에 새로 정착했다. 농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던 대구 팬들은 오리온의 연고지 이전이 야반도주라며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을 뒤로 하고 오리온은 추일승 감독 선임과 함께 고양에서 새 출발했다.

꾸준히 플레이오프 진출권 전력을 유지하던 오리온은 2015-2016시즌 역대 팀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추일승 감독의 리더십 아래 이승현, 김동욱, 문태종, 허일영, 조 잭슨 등 신구 조화를 바탕으로 폭발적인 공격 농구를 선보이며 프로농구 정상에 섰다.

이후에도 오리온은 리그 중위권 전력을 유지했다. 2018-2019시즌에는 KBL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도중 10연패를 당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오리온은 강을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0-2021시즌부터 2년 연속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특히 올 시즌에는 이대성과 신인 가드 이정현이 펼쳐보인 공격적이고 화려한 농구로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오리온은 올해 플레이오프 6강에서 전통의 강호 울산 현대모비스를 눌렀고 4강에서는 '챔피언' 서울 SK에 맞섰으나 그 벽을 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SK와 시리즈는 오리온 농구단의 프로농구 마지막 무대가 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그동안 농구단을 사랑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데이원자산운용이 고양 농구단과 한국 프로농구를 한층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리온도 대한민국 스포츠의 활성화와 균형 발전을 위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오리온 농구단을 이끌었던 역대 주요 선수들

김병철 - 556경기, 13.0득점, 3.1어시스트
허일영 - 449경기, 9.6득점, 3점슛 성공률 40.4%
김승현 - 379경기, 12.0득점, 7.8어시스트
이승현 - 303경기, 11.5득점, 5.7리바운드
전희철 - 182경기, 17.5득점, 5.1리바운드
마르커스 힉스 - 107경기, 25.1득점, 8.4리바운드
피트 마이클 - 52경기, 35.1득점, 11.0리바운드

2021-2022시즌 고양 오리온의 4강 진출을 견인한 이대성과 이승현. KBL 제공

오리온 농구단이 문을 닫아도 고양 프랜차이즈는 그대로 유지된다. 데이원자산운용은 연고지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데이원자산운용은 "고양 농구단의 역사를 계승하는 것을 넘어 한국 프로농구의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팬들에게 더욱 사랑 받는 농구단을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K-스포츠의 선진화를 비전으로 선포하고 프로농구단 인수를 적극적으로 타진해왔다는 데이원자산운용은 특히 프로스포츠를 단순한 광고수단이 아닌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인식하고 그 일환으로 프로농구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축구, 배구, E-스포츠 등 여러 프로 리그에 진출해 스포츠산업을 성장시켜 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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