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수연 영결식…"강수연, 한국 영화 그 자체였다"

11일 오전 10시 '월드 스타' 강수연 영화인장 영결식 거행
김동호 전 BIFF 이사장·임권택 감독·설경구·문소리·연상호 감독 추도사 낭독
김동호 전 이사장 "천상의 별로 우리 지켜줄 것"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함께한 임권택 감독 "편히 쉬어라"
'송어'에서 호흡 맞춘 설경구 "사랑합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강수연이 아낀 후배 문소리 "다음에 우리 만나서 같이 영화해요"
강수연 유작 '정이' 연출한 연상호 감독 "강수연의 연기는 현재진행형"

배우 고(故) 강수연의 발인식이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흘 만인 지난 7일 오후 향년 56세 나이로 별세했다. 원인은 뇌출혈로, 고인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긴 후에도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불명 상태가 지속됐다. 장지는 용인추모공원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수연아. 친구처럼, 딸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서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갔니. 편히 쉬어라." _임권택 감독

 
한국 영화계를 빛낸 배우 고(故) 강수연이 한국 영화계에 남긴 소중한 추억과 유산을 기리며 영결식이 엄수됐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영결식장에서 고 강수연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한국 영화감독 및 시대를 함께했던 영화계 연기자 동료, 선후배들이 모여 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 속 강수연의 모습. 태흥영화㈜ 제공
 

4세 나이로 배우 시작한 '월드 스타' 강수연…韓 영화계 지키기 위해 다방면 활동


지난 1969년 4세 나이에 동양방송(TBC) 전속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강수연은 지난 2001년 '여인천하'에서 정난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큰 인기를 얻은 데 이어 SBS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다.
 
드라마뿐 아니라 충무로에서도 활약한 강수연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1987)를 통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 스타'로 우뚝 섰다. 이어 임권택 감독과 다시 한번 작업한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에서 삭발 투혼을 보인 강수연은 제16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강수연은 배우뿐 아니라 영화인으로서 한국 영화계를 위해 힘썼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서 한국 영화를 지키기 위해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을 맡았던 강수연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한국 영화계를 지켰다.
 
영결식 사회를 맡은 배우 유지태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했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임권택 감독이 11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故 강수연의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故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 7일 오후 3시께 별세했다. 향년 55세. 사진공동취재단
 

"사라지지 않는 별이 되어 韓 영화계 비출 것"


이날 추모사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임권택 감독, 배우 문소리, 설경구, 연상호 감독이 낭독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강수연과 긴 시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함께했던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오늘 우리 영화인들은 참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장시간 머무르며 영화제를 빛낸 별이자 상징이었다. 2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월드 스타라는 왕관을 썼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잘 견디며 살아왔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이제 오랜 침묵 끝에 새로운 영화로, 타고난 연기력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강수연의 모습을 보게 되리라 누구나 믿고 기뻐했다. 그 영화가 유작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비록 강수연은 오늘 우리 곁을 떠나지만, 천상의 별로 우리 영화계를 비추면서 끝까지 더 화려하게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애도했다.
 
배우 고(故) 강수연의 영결식이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흘 만인 지난 7일 오후 향년 56세 나이로 별세했다. 원인은 뇌출혈로, 고인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긴 후에도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불명 상태가 지속됐다. 장지는 용인추모공원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999년 영화 '송어'(감독 박종원)에서 강수연과 호흡을 맞추며 인연을 맺은 설경구는 "너무 서럽고 비통하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비현실적이고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찍기 싫은 끔찍한 장면인데,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하다"며 애통함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선배님과는 '송어'라는 영화를 찍으면서 첫 인연이 됐고, 영화 경험이 거의 없던 저를 하나에서 열까지 세세하게 가르치고 도움 주며 이끌어주셨다"며 "선배님의 조수였던 것이 너무도 행복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나에게 앞으로 영화를 계속할 것이란 용기를 주셨다"고 회고했다.
 
"배우들을 좋아했고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준, 우리 배우들의 진정한 스타였습니다. 새까만 후배부터 한참 위의 선배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거인 같은 대장부였습니다. 어딜 가도 당당했고, 어디서나 모두를 챙기셨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별이 되어서 우리를 비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 보여주신 배려와 헌신 모두 잊지 않겠습니다. 사부와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영원한 조수 설경구."

배우 문소리가 11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故 강수연의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故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 7일 오후 3시께 별세했다. 향년 55세. 사진공동취재단
 

"이제는 내가 강수연 선배님의 든든한 백이 되어 드릴 것"

 
강수연이 아꼈던 후배인 문소리는 슬픔에 추도사를 제대로 낭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문소리는 강수연이 하늘에서 한국 영화계의 맏형이었던 고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이규형 감독, 강수연을 영화제의 '파수꾼'이라 불렀던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와 함께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영화의 세계라는 게 땅에만 있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니. 거기 가면 이춘연 대표님도 계시고, 이규형 감독님도 계시고, 김지석 프로그래머님도 계실 텐데, 언니가 거기서 그분들이랑 영화 한편 하세요. 마음이 잘 맞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늘 그랬지 않나요. 싸워가며 웃어가며. 그래도 그 가운데 언니가 있다면 뭐든 해결될 것 같아요. 언니, 잘 가요.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 마음 잊지 않을게요. 그리고 여기서는 같은 작품 못했지만, 다음에 우리 만나서 같이 영화해요, 언니."
 
강수연의 유작이 된 SF영화 '정이'의 연출자 연상호 감독 역시 과거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강수연과 인연을 맺은 일화를 이야기하며 그를 추모했다. 지난 2011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수상했던 연상호 감독은 칸영화제 관계자가 영어로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못 알아듣자, 이를 발견한 강수연이 통역해 준 것이다.
 
배우 고(故) 강수연의 발인식이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흘 만인 지난 7일 오후 향년 56세 나이로 별세했다. 원인은 뇌출혈로, 고인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긴 후에도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불명 상태가 지속됐다. 장지는 용인추모공원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연상호 감독은 "하나의 의문만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어쩌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이자 배우가 해와 관계자 앞에서 쩔쩔매는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의 통역을 자처했는가 하는 것"이라며 "연기로 세계를 알리고 영화제 일을 하며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마치 자기 일처럼 나섰다. '자기 일처럼'이란 말을 정정해야 할 거 같다. 마치 자신이 한국 영화인 것처럼. 의문의 답은 강수연 선배님 자체가 한국 영화 자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인연을 시작한 연상호 감독의 SF영화 '정이'를 통해 강수연은 지난 2013년 단편영화 '주리' 이후 9년만, 상업영화로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이후 11년 만에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었다.
 
"몇 번의 만남 끝에 강수연 선배님이 한 번 해보자 하셨을 때 뛸 듯이 기뻤습니다. 마치 저에게 든든한 백이 생긴 거 같았습니다. 영결식이 끝나고 강수연 선배님과 영원히 작별하는 대신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 강수연 선배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새 작품을 고민해야 합니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강수연 선배님, 선배님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하며 선배님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선배님의 새 영화를 보여드리기 위해 동행합니다. 그때까지 제가 선배님의 든든한 백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족을 대표에 단상 앞에 선 강수연의 동생 강수경씨는 "모든 영화인, 임권택 감독님, 김동호 위원장님께 감사드린다. 여러분 덕분에 이별의 시간을 추억으로 채울 수 있었다"며 "영화와 일상을 함께했던 강수연 배우가 영원히 기억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영결식 이후 발인이 진행됐으며, 고인의 유해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경기도 용인공원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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