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11일 첫 '대통령 주재 수석 비서관 회의'(대수비)를 열고 경제가 매우 어렵다며 코로나 보상금 신속한 집행을 지시하고 참모들의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0분쯤 용산 집무실에서 열린 대수비 회의에서 "오늘 새 정부를 시작하자마자 외교사절단 접견이 쭉 있는데, 그 전에 여러분들을 보자고 한 것은 지금 굉장히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일 큰 문제가 (고)물가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란 것이 정권이 교체한다고 해서 잠시 쉬어주는 것도 아니"라며 "국민들은 늘 허리가 휘는 민생고에 늘 허덕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경제에 관한 각종 지표들을 면밀하게 채우면서 물가 상승 원인과 원인에 따른 억제 대책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에너지 수급 문제, 스태크플레이션(경제불황과 물가상승 동시 발생·stagflation) 등과 관련해 "산업경쟁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 함께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참모들 간 격의 없는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정무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 안보수석이라고 해서 업무가 법적으로 갈라지는 게 아니"라며 "다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자기 분야를 들여다보고, 구두 밑창이 닳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래야만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자기 집무실에만 앉아 있으면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우리 방에도 격의없이 수시로 와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저도 회의를 하면 논의할 현안을 몇 개 들고 오겠다"며 "시의적절한 현안이 있다면 주제를 던져달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지금 안보 상황도 만만치 않다"며 "핵실험 재개 이야기도 나오고 외국에서도 걱정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보뿐 아니라 국정이 다른 방향에 영향을 주는 부분도 세밀하게 모니터하고 공부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코로나19 보상과 관련해서는 신속한 보상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도 약속했지만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지원이 안 되면 ,이 분들은 복지수급 대상자로 전락할 위험이 굉장히 높다"며 "그것 자체가 향후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빨리 재정을 당겨서 가능한 빨리 조기에 집행해 이 분들이 회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취임사에서 '통합'이란 단어가 빠졌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민주주의의 정치 과정 자체가 매일 매일 국민을 통합하는 과정"이라며 "그래서 좌파, 우파가 없고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이 따로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다 함께 잘 살려고 한다면 우리가 기본 가치는 서로 공유하고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저는 헌법에서 발견한 가치를 '자유'로 설정한 것이고, 복지와 교육, 또 약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 등으로 자유시민으로서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책무가 따르는 것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에서 우리가 이에 대한 공감대와 공동의 가치를 갖고 갈 때 진정한 국민통합,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했다"며 전날 취임사의 맥락과 뜻을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경제나 사회 분야에서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취지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사회 분야는 관행적으로, 습관적으로 '우리 판단이 우선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 달라"며 "기본적으로 자유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그야말로 필요악으로 정부와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국민적 동의가 있는 것이라고 하면, 기준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냥 밀고 들어가면 부작용이 아주 크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회의와 관련한 요식 행위들을 줄이고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주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 보니까 '첫 번째 수석비서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돼 있는데, 법 개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대통령과 참모들이 회의하는데 이런 요식 절차에 따라 한다는 게 비효율적이다. 다음부터는 이런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의 촬영에 응하는 순간에도 "앞으로 카메라 찍을 일은 없으니까 너무 점잖게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