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허일영 "슈터 후배들아, 전성현을 롤 모델로 삼아라"

프로농구 서울 SK의 '승리 요정' 허일영. 노컷뉴스

2021-2022시즌 프로농구 통합 우승을 달성한 서울 SK에게는 '승리 요정'이 있었다. 10년 넘게 몸 담았던 친정팀 고양 오리온을 떠나 자유계약선수(FA) 이적을 하자마자 우승반지를 차지한 베테랑 슈터 허일영이다.

SK는 전희철 신임 감독 체제로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FA 시장을 노크했다. 오리온 출신의 허일영에게 계약 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3억원의 조건을 내밀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허일영의 역할은 오리온 시절보다 다소 줄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18분 남짓 출전해 6.6득점, 2.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래도 허일영은 SK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안양 KGC인삼공사를 상대한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대표적이다.

허일영은 4차전에서 26분 가까이 출전해 13득점을 기록했다. 고비 때마다 내외곽에서 득점을 터뜨렸다. 허일영의 중용에 막아야 할 선수가 많았던 KGC인삼공사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전희철 감독도 경기 후 수훈선수로 허일영의 이름을 언급했다.

SK가 10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를 86대62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허일영은 오리온 시절이었던 2016년 이후 처음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허일영은 "SK의 첫 통합 우승인데 나 역시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했다. 함께 했다는 게 의미가 큰 것 같다. 예전에는 계속 주전으로 뛰었지만 SK에서는 많이 내려놓고 식스맨으로서 후배들을 뒷받침 하면서 뛰었다. 그래도 우승했으니까 내 역할은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일영은 불과 한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균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였다. 달라진 역할을 받아들이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전희철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을 달리 했다.

허일영은 "전희철 감독님께서 나도 계약이 3년이고 너도 3년이니까 나가도 같이 나간다고 말씀하시면서 장난도 많이 치셨다"며 "어느 정도 (욕심을) 내려놓지 않았다면 이렇게 못 왔을 것이다. 안 풀릴 때 공격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든가 내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일영은 KBL 역사에서 결코 평범한 슈터가 아니다.

허일영은 통산 100개 이상의 3점슛을 기록한 현역 선수 가운데 3점슛 성공률 부문에서 1위에 올라있다. 정규리그 통산 502경기에서 3점슛 675개를 성공했고 40.3%라는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KBL 역대 순위를 살펴봐도 '슈터' 허일영의 가치는 매우 높다. 통산 3점슛 600개 이상을 기록한 29명 가운데 허일영보다 통산 성공률이 높은 선수는 신기성(42.8%)과 김성철(40.4%) 등 2명밖에 없다.

허일영의 3점슛은 높은 포물선이 상징이다. 농구 팬은 '허물선'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SK에 맞섰던 KGC인삼공사에는 KBL의 새로운 간판 슈터로 떠오른 전성현이 있었다.

전성현은 결승 5경기에서 평균 17.8득점, 3점슛 성공률 50.0%(경기당 4.0개 성공)를 기록하며 분전했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전성현이 3점슛을 던질 때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존재감이 진했다.

허일영은 전성현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허일영은 "솔직히 내가 전성현과 비교가 될 정도는 아니다. 부끄럽다. 스타일이 조금은 다르지만 옛날부터 보면서 인정했던 선수다. 이번에 너무 많은 발전을 보여서 너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슈터 전성현. KBL 제공

이어 "요즘 들어 조금 아쉬운 게 슈터를 활용하는 농구가 많이 없어졌다. 다들 포지션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까 그렇다. 성현이가 그래도 (슈터의 가치를) 보여줬다. 후배 선수들이 KBL에도 저렇게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전성현을 롤 모델로 많이 삼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성현의 기량이 전성기에 진입했다면 허일영은 지금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허일영의 적응 능력은 어쩌면 전성현을 비롯한 많은 후배 슈터들이 언젠가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허일영은 "저도 성현이 나이 때는 저렇게 던지기도 했는데 나이가 더 들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성현이에게 스타일을 조금씩 바꿔가야 한다, 안으로 들어와서 미드레인지 게임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내 얘기를 많이 들어줘서 고마웠다"며 웃었다.

허일영은 자신이 선택한 변화에 만족하고 있고 이는 SK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3점이 안 되더라도 미드레인지 게임, 공격리바운드 가담, 적극적인 팀 수비 등을 잘할 수 있다. 다른 선수들이 공격할 때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고, 그런 부분들에서 서로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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