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74년만 '전면 개방'…시민들 "새롭고 아름답다"

10일 오전 청와대 개방 기념행사…사전 신청객 2만6천명 관람
맑은 봄날씨에 활기찬 시민 표정…"문 대통령 어제까지 머물렀던 곳" 반응도
청와대 뒤편 북악산 등산로도 완전 개방돼…등산객·주민 '환영'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개방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신비의 공간 청와대를 샅샅이 둘러보고 체험해보고 싶네요."

10일 오전 11시 30분경 청와대 정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이은선(57)씨와 이미영(57)씨는 전북 전주에서 여행동호회 회원 40명과 단체 관람을 왔다고 했다. 고등학교 동창 사이인 두 사람은 "처음 개방된다고 하니 설레는 마음도 있고 친구들이랑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왔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주거 공간이었던 청와대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국민에 개방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4년 만의 일이다. 이날 화창한 날씨에 청와대 개방 행사를 찾은 시민들은 본관부터 관저 등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새롭고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대표 74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개방은 74년만에 처음이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문화재청은 오전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과 청와대 정문 사이에서 개방 기념행사를 열고, 사전 신청을 받은 일반 관람객을 받았다. 청와대 뒷길 북악산 등산로도 54년 만에 함께 개방됐다.

청와대 개방 기념행사가 시작된 오전 11시경, 사전 신청한 관람객만 통과할 수 있는 펜스 바깥에서 부모님과 함께 길을 걷던 김지유(35)씨는 "이 동네에 살아서 청와대를 개방한다니 너무 좋다. 원래 시위도 많고 붐볐던 곳인데 산책코스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관람도 신청해봐야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청와대 개방 행사는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 및 추첨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청와대 정문 기준 양측 통행로는 펜스로 가로막혀 있었는데, 길을 돌아간다는 시민들의 민원으로 11시 15분경부터 사전 예약 확인 없이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정문 앞에서 '우리의 약속'을 주제로 한 춤 공연 등을 보던 시민들은 오전 11시 40분쯤 개문 신호와 함께 청와대 경내로 들어갔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열린 정문 개문 기념 행사에서 시민들이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앞장선 이들은 지역 주민, 학생, 소외 계층 등으로 초청된 국민대표 74인이었다. 이들은 '겨울 눈 속에 있다가 피는 꽃'인 빨간 매화를 들고 입장했다. 서울시 문화해설가 구미회(62)씨는 "이렇게 74명 중 1명으로 들어 오니까 기분이 남다르고 일반 시민들이 경복궁 뒤 이렇게 넓고 좋은 곳을 즐길 수 있게 돼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부가 함께 청와대에 방문한 조완용(65)씨는 "개방 첫날 오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둘이 추억을 남기려고 회사 월차를 내고 왔다"며 "운이 좋게 바로 당첨됐다"고 말했다. 아내인 50대 김순영씨도 "녹지원이 환상적이라고 해서 꼭 보고 싶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어제까지 머물렀던 곳이 어떤 덴가 온기도 느끼고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청와대 국민 개방 당일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대정원에서 종묘재례가 열리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설레는 마음으로 곳곳 구경…내부 못 봐 아쉽다 반응도


청와대 정문으로 들어서자 대정원에서 종묘제례가 열리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대정원 뒤로 본관부터 관저, 상춘재, 녹지원, 영빈관 등 원하는 코스를 따라 청와대를 구경했다. 한 바퀴를 다 도는 데는 1시간 정도 소요됐다. 언덕이 많고 햇빛이 쨍쨍한 탓에 그늘마다 쉬어가는 관람객들도 보였다.

봄나들이를 온 듯 노랑, 보라 밝은 색깔 옷을 입고 온 시민들은 건물을 배경으로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양귀비 등 화려한 색의 꽃을 본 상춘객들은 "예쁘다"며 환호를 내뱉었다.

가족끼리 청와대를 방문한 이창형(46)씨는 "오늘이 아내 생일인데 이벤트로 청와대 개방된다고 해서 신청했다가 운 좋게 당첨됐다"며 "어제까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는데 애들 데리고 와서 보여주면서 '여기 대통령 계셨던 곳이다'라고 얘기도 하고 뜻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아들 이재호(초6)군은 "청와대 입구 쪽이 크고 멋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건물 안으로는 못 들어가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창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유심히 내부를 들여다보며 휴대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내부를 못 봐 아쉬움이 남았는지 "사람 구경이네 사람 구경", "볼 게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개방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구순 어머니를 모시고 관람을 온 50대 하모씨는 "막연한 궁금함으로 방문했다"며 "어머니가 연세가 있으셔서 10~20분 정도 둘러봤는데 새로운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연못가에서 햇빛을 피하던 박승기(24)씨는 "지인이 당첨돼 따라오게 됐다. 가족이 다 신청해서 어머니와 딸이 당첨된 걸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관이 가장 인상 깊었다. 놀랐던 점이 청와대는 어느 각도에서 보든 다 아름다운 것 같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연인 사이인 한기은(30)씨와 이나라(26)씨는 색다른 데이트거리로 청와대 관람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풍경이 너무 예쁘다"며 감탄했고 이씨는 "산에서 나오는 엄청난 기운이 있지 않을까"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첫 개방인 만큼 아쉬운 점도 지적됐다. "사람이 너무 많고 잔디에서 밥 드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취식할 수 있는지 안내가 없었다"거나 "들어오는 입장객 대비 화장실이 너무 적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첫날이라 갈피가 안 잡힌 것 같은데 코스 방향을 정해주고 우측 통행 등 정리가 돼야 사람들이 잘 다닐 것 같다"며 개선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경내 곳곳에선 안내원 및 경호원들이 "잔디밭에서 나와달라"거나 막힌 길로 가는 관람객을 제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가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시민들이 영빈관을 둘러보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날 하루에만 사전 신청을 거쳐 당첨된 2만6천 명이 청와대 권역에 입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접수받은 청와대 관람 신청은 3일 만에 112만 명이 넘는 등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11일부터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6차례에 거쳐 회차당 6500명씩 청와대를 관람할 수 있다.

청와대 뒤편 북악산 등산로도 개방…"공기 좋아 기대"


앞서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북악산 등산로도 54년 만에 완전히 개방됐다. 청와대 춘추문 앞에서 서울 종로구 주민과 문화지킴이 약 100명은 기념행사를 열었다. 경내에서 이어지는 북악산 등산로는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청와대 뒤편 북악산이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출입 통제된 이후 처음으로 개방된 6일 서울 북악산 청운대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황진환 기자

오전 10시쯤 광화문에서부터 마을버스 종로11번을 타고 북악산으로 등산을 가던 류호선(74)씨는 "청와대 뒤편 새로 개방하는 구간은 공기도 맑고 좋다"며 "서울 중심부에 그런 데가 있을까 할 정도라 앞으로 많이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30분경에는 마지막으로 닫혀 있던 춘추관 뒷길 등산로 출입구를 군(軍) 관계자가 열었다. 문 앞에서 탐방로 정리를 기다리던 탐방객 일부는 "빨리 열어달라"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탐방 해설을 듣던 김춘희(73)씨는 "우리가 더 늙기 전에 등산로와 청와대가 열리니까 기분이 좋고 청년들을 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화재 해설 봉사자 차모(60)씨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길인데 답사가 전혀 안 돼 준비하는 데 힘들긴 했지만 처음으로 가는 것이라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관할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청와대 전면 개방에 따라 청와대 사랑채 앞 광장에 임시파출소를 21일까지 운영하며, 운영시간은 청와대 개방 시간과 동일한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라고 밝혔다.

임시파출소에는 지역경찰·여성청소년과·형사과 등 6개 부서 경찰관 8명을 배치하여 지리 안내·미아 보호·범죄예방 등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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