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행보 속에서도 고물가 전망이 사그라지지 않고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가상화폐 시장에선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모양새다.
10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 때 개당 4015만 원까지 떨어졌다. 작년 7월25일 이후 최저가다. 4천만 원선 붕괴 직전까지 갔던 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4시48분 현재 4214만 원을 기록하며 회복을 시도 중이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고점이었던 8270만 원에 비해선 반 토막 수준이다. 지난 5월 4일까지만 해도 개당 가격은 5100만 원에 가까웠는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인상'을 단행한 뒤 일주일도 채 안 돼 20% 이상의 큰 낙폭을 보였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들의 가격도 대부분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알트코인 대장주 격인 이더리움 역시 이날 한 때 개당 296만8천 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초 고점인 590만 원 대비 마찬가지로 반 토막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한숨도 짙어지고 있다. 2020년 초부터 여윳돈 1천만 원을 투자해 1억 원 넘게 불렸던 30대 직장인 A씨는 현재 600만 원선까지 쪼그라든 자금을 보면서 "일을 할 맛이 안 난다"고 말했다. A씨는 "밤잠도 못 자가면서 거래창만 바라보던 날들이 아까워 손절도 못하겠다"고 했다.
가상화폐 투자 관련 인터넷 카페엔 이와 비슷한 푸념을 담은 글들이 줄을 이었다. B씨는 "초반 수익이 좋아 대출까지 끌어서 투자했는데 원금도 회수 못하고 손절했다"고 했고, C씨는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코인 투자로 대부분 잃어 200만 원 밖에 남지 않았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폭락의 배경으로는 고물가·고금리·경기둔화 우려 속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급속도로 확산한 점이 꼽힌다. 미국 뉴스채널인 CNN은 "비트코인은 주식을 끌어내리는 동일한 문제로 타격을 입었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두려움, 연준의 대규모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주요 요인으로 꼽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인프라캐피털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제이 햇필드는 "연준 유동성의 극적 반전은 가상화폐, 적자 기술기업, 밈(Meme) 주식의 거품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현재 3만 달러선 안팎인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엔 2만 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도 가상화폐의 폭락세를 보도하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한 긴축 통화 정책의 속도, 다른 글로벌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강세, 글로벌 성장 전망의 악화는 모두 비트코인을 하락시키는 거시경제적 요인"이라는 가상화폐 시장 분석가 샘 룰의 발언을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