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로 집권 여당이 됐던 더불어민주당이 5년 만에 다시 야당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168석의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한 만큼, 국회에서 입법권을 통해 향후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견제하겠다는 각오다.
"눈치 안 보고 개혁입법"…첫 충돌은 법사위원장?
민주당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집권 5년 만에 야당으로 돌아왔다. 정권은 내줬지만 민주당은 168석의 거대 의석으로 국회 원내 투쟁으로 입법 강공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내후년 총선까지 2년여간 선거가 없다. 우리가 언제나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은 기간 눈치 보지 않고 개혁입법을 확실히 밀어붙여 정당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원내 첫 충돌은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원(院)구성 과정에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법사위원장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법안을 마지막으로 심사하는 '입법 수문장'의 역할을 해 '상원'으로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결국 원내 투쟁으로 '윤석열 정부 견제'를 벼르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에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모두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했던 후반기 법사위원장직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재명 국회 입성하면 대치 양상 한층 치열 전망
여기에 오는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국회에 입성한 뒤 전당대회에서 당권까지 잡는다면, 여야 대치 양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수 있다. 대권 후보였던 이 고문이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취하며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야 대치 과정에서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관련 법안, 언론개혁 등 자신들이 선정한 개혁입법을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이 폐지를 주장하는 임대차 3법 등에는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꼼수'와 '독단 프레임'까지 감수해가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향후 갈등 국면을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며 사실상 거대 야당 민주당의 독주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협치를 약속하면서도 강한 '견제'를 예고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바르게 가도록 견제하는 야당의 사명을 다하면서도,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는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재명 고문도 "집권당이 아니더라도 거대 과반수 야당으로서 입법권 행사와 국정감시를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