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현재 상황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진단하며 과학과 진실이 전제된 합리주의와 지성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공유함으로써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많은 위기에 처했지만 그럴 때마다 국민 모두 힘을 합쳐 지혜롭게, 또 용기 있게 극복해왔다"면서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그것은 바로 자유다.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며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재차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강조하며 "자유는 보편적 가치다.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라면서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이런 것 없이 자유 시민이라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며 "모두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개별 국가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기아와 빈곤,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자유시긴으로서의 존엄한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하여 도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국내 문제와 관련해 양극화 해결과 과학·기술의 혁신 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 문제를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룩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함으로써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서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나라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며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으로써 과학 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이뤄낸 많은 나라들과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자유와 평화, 인권, 국제사회와의 연대 등을 언급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이 된다"며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 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어떤 곳도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도 마찬가지"라며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그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아시아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그룹에 들어가 있다"며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를 분리할 수 없다.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때 국내 문제도 올바른 해결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 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 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한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과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포스탱 아르샹쥬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 더글러스 엠호프 해리스 미국 부통령 부군, 조지 퓨리 캐나다 상원의장,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등 국내외 외빈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 코로나 펜데믹 2년 동안 현장에서 큰 고통을 감내했던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