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임기를 마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도민이 된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경남 도민이 된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문 전 대통령은 1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역으로 이동해 KTX를 타고 양산으로 귀향한다. 울산 통도사역에서 내려 차를 타고 사저가 있는 양산 평산마을에 이날 오후 3시쯤 도착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 내외를 맞아주는 주민과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사저에서 첫날 밤을 보낸다.
청와대를 나와 귀향하는 문 전 대통령의 퇴임 모습은 노 전 대통령과 똑 닮았다. 노 전 대통령도 지난 2008년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밀양역으로 이동한 뒤, 차를 타고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왔다.
가는 길목마다 지지자들의 노란 풍선이 노 전 대통령 내외를 맞아 주었고, 이를 본 노 전 대통령은 "이야~ 기분 좋다"라고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의 마지막 퇴근길에는 그와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흰색 풍선이 출렁거렸다.
문 전 대통령도 '기분 좋다'라는 마음이 들까?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직후 엄수된 정치적 동지인 고 노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후 김해 봉하마을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당시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하며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찾으면 그때 당신이 했던 그 말 '이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십시오"라고 했다.
이것도 운명인 건지, 퇴임에 맞춰 딱 2주 뒤인 23일 문 전 대통령을 '기분 좋게' 맞아 줄 노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성공한 대통령인지는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그의 지지율은 임기 마지막에도 40%를 넘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거리두기가 풀린 데다 문 전 대통령의 참석이 겹치면서 올해 봉하마을의 5월은 대규모 인파로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인 10주기에는 2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봉하마을에 몰렸다.
퇴임 이후 정치적 일정은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으로 시작하겠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21일 만나고 이후 문 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 영사관에서 나왔다는 외교부 관계자들이 양산 사저에 들러 출입로와 동선을 살피는 모습이 포착됐다.
문 전 대통령은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청와대를 떠나면서 "마지막 퇴근을 하고 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 정말 홀가분하다"라며 "이제 평범한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길은 닮았지만, 이후 모습의 길을 걸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벌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근 당 최고위원회에서 "결코 자신의 꿈처럼 잊혀진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은 건 윤석열 정부가, 그리고 국민의힘이 제발 전직 대통령 자신들의 정치적 이유로 소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런 상황은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렇게 보냈던 기억들을 전 국민이 가지고 있지 않나"라며 걱정했다.
한동안 봉하마을처럼 평산마을도 조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경남 도민이 되는 문 전 대통령 내외를 마을 주민들은 반기고 있다.
문 대통령 내외가 울산역에서 양산 사저까지 차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로마다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경찰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을 맞을 지지자 등 5천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마을 진출입로를 통제한다.
평산마을이 봉하마을과 달리 길이 협소하고 주차장도 부족해 질서 유지를 위한 선택이다. 평산마을을 가려면 임시 주차장이 마련된 통도환타지아와 통도사 입구에서 약 2km를 걸어서 가야 한다.
평산마을과 봉하마을은 차로 50분 거리다. 평산마을 인근에는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양산 통도사가 있어 문 전 대통령의 보금자리인 평산을 거쳐 노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봉하까지 이어지는 길을 많은 이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