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민들은 향후 5년을 내다보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취임식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새 대통령에게 이전 정부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여러 과제를 해결해주길 요구하는 한편, 그 여정에서 '갈등'이 아닌 '통합'을 지향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각계각층의 목소리도 다양했다. 2030 청년들은 주거와 취업난에 대한 해결책을,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 입었던 피해에 대한 지원을 바라는 등 갖가지 과제를 풀어내 달라고 밝혔다.
"갈등 해소할 수 있는 통합의 정부 되길"
먼저, 새 정부에 '통합'을 바라는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서울 종묘 공원에서 만난 박모(84)씨는 "한국은 진보, 보수 갈등이 너무 심하다"며 "진보와 보수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좋은 건 서로 지키고 바꿔야 할 것은 개혁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전 정부의 부동산, 에너지 정책 등을 무작정 폐기하려 들면 그간 정책 실현을 위해 투입된 돈은 다 어떻게 되는 건가. 자꾸 정책을 뒤집기만 하면 손실액만 커진다"며 "생선도 자꾸 뒤집으면 흩어지는 것처럼 정권에 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면 (우리사회가) 쪼개지기만 할 뿐 뭉치질 않는다"고 답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신문경(31)씨도 "극단으로 갈라진 양당 체제와 지역갈등이 우려된다"며 "당을 떠나 정치인에게 일을 믿고 맡길 수 토양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둔 직장인 김영삼(38)씨는 "젠더·세대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새 정부가 시작되는 느낌"이라며 "무엇보다 양분화돼 있는 여론이 잘 어우러지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권영민(24)씨도 "윤 당선인이 선거운동을 할 때 여러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젊은 층 사이의 성별 갈등이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식(26)씨는 소통과 협치의 중요성을 전달했다. 그는 "선택적 공정과 함께 국민 갈등 조짐이 정부 출범 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며 "일례로 인사 과정, 용산 이전 문제 등 정치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새 정부가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우리가 선택한 것을 받아들이라'는 수동적 자세로 임했던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협치와 대화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으며 국정을 수행하는 노력이 더 많아져 사회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선 디지털 변화가 시민의 일상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행정과 산업 및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다수의 시민이 소외되지 않고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대 "공정한 취업 시장", 30대 "내 집 마련의 기회 절실"
취업을 앞둔 20대와 사회 초년생들은 더욱 공정한 취업 시장과 다양한 기회의 문이 열리길 소망했다.프리랜서로 일하며 정규직 취업을 바라는 금모(28)씨는 취업 시장이 공정하길 원했다. 그는 "고위층들의 학사나 취업 비리를 보면 '나는 해도 안 되는 건가? 하면 뭐 하나' 같은 생각에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새 정부는 학사와 취업 시장 비리에 단호하게 대처해 일반 국민들이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민씨는 "공대 3학년 재학 중인데 특히 해당 전공은 대학원 진학을 많이 하는 추세라 학비 부담이 크다"며 "학사생들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 배움의 기회를 더 넓혔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코로나19 여파로 취업 시장이 한때 얼어 있었다"며 "취업할 시기까지 정부가 자금 등 여러 지원을 해 취업난이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혼부부와 어린 자녀를 둔 시민들은 특히 복지 분야에서 다양한 바람을 드러냈다. 5년 차 주부 길민경(38)씨는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마련을 위해 정부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쓰는데 정부의 지원은 줄어드니까 정말 힘들다"며 "주변 엄마들끼리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애를 낳겠나'고 말한다. 출산율도 계속해서 하락하는데 아이와 부모를 위한 지원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삼씨 또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녀 양육과 관련한 복지 정책이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주변 가정들 둘러보면 자녀 둘 있는 집도 찾기 어렵다. 다자녀 기준 허용범위를 넓히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출산율이 굉장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국가가 아이들 양육 과정을 책임지고 돕는다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시민들은 부동산 정책을 이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뽑으며 '내집 마련'이 가능한 환경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씨는 "내 집 마련과 투기에 대한 구분 없이 포괄적으로 규제만 한 결과, 중산층 이하의 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 정부에서는 백지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아 부동산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0)씨 또한 "30대가 되니 슬슬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데 현재로선 대출 규제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기도 어렵고 연봉에 넘는 대출도 받기 힘든 실정이다"며 "역대 우리 사회를 보면 보수정권에서 규제가 풀리고 진보정권에서 묶여왔는데 이에 대한 기대가 있다. 윤 당선인이 공약을 잘 지켜서 집값 안정이 현실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종로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조모씨는 "제일 걱정되는 게 부동산이다. 젊은 사람들은 집 사는 건 엄두도 못 내는 현실이지 않나. 그렇다고 있는 사람들도 세금이 오를까 집값이 마냥 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자기 소신껏 벌어서 자기 능력껏 집 살 수 있고 그 안에서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 두기 풀리면서 가족 단위 손님이 느는 등 거리 온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며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도록 새 대통령을 응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 "코로나19 피해 보상 절실", 60대 "나이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코로나19 유행이 안정세로 접어드는 만큼 지금까지 입어온 피해에 대한 보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대구에서 직원 10명 규모의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김세직(51)씨는 "코로나19로 제조업이 다 망했지 않나. 심할 땐 직원을 절반으로 줄여야만 했다"며 "최근에 직원 3명을 새로 뽑고 기계도 대출받아 샀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초기에 대구는 특별 재난 구역으로 지정됐다. 그 당시 장사가 안돼 폐업한 분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지원도 받지 못했다. 한 번쯤 되돌아보고 조금 챙겨주는 게 그게 합당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년의 나이를 앞둔 한 시민은 나이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기도 했다.
인천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는 정상진(63)씨는 "일해보니 법적 정년 나이 이후에도 일할 수 있겠다 싶다"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러 정책에 대해 고민을 할 텐데 정년이 되어도 역량이 되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좀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 물론 그 과정에서 청년 취업 등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