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가족 찬스'를 적극 활용해 입시용 스펙을 쌓는 이른바 '스펙 쇼핑'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쉽게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 후보자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스펙 논란과 관련해 "입시에 사용 된 사실이 전혀 없고 그 글 (딸의 논문)이 입시에 사용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어 딸의 글 일부가 학술지에 게재 된 데에도 "학습하는 아카이브(기록)를 쌓는 것"이라고도 해명했다.
하지만 고교생 수준보다 높은 글을 돈만 내면 품질이나 주제에 상관 없이 논문을 실어주는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하고 대필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명문대 입시를 빼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 후보자 딸을 둘러싼 '황제 스펙 쌓기' 논란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의 딸은 지난해 6개의 논문을 작성해 4개 저널에 게재하고 2020~2021년 10개의 영어 전자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 중 4쪽짜리 영문 논문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Does National Debt Matter?)'는 지난해 11월 약탈적 학술지인 'ABC Research Alert'에 올렸다. 또 올해 2월엔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SSRN(사회과학네트워크)'에도 동일한 논문을 게재했다.
해당 논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Benson(벤슨)이라고 하는 대필 작가(ghostwriter)의 도움으로 작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학술지에 게재된 해당 문서정보에 따르면, 지은이에 딸 이름 대신 '벤슨'으로 시작하는 이름들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제 딸이 온라인튜터로부터 도움받은 적은 있다"면서도 "이 벤슨이라는 사람하고는 어떤 접촉을 하거나 벤슨이란 사람한테 도움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만 밝혔다.
또 한 후보자 딸의 논문 중 특히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에 실린 2편은 인공지능(AI) 관련 내용이라 중, 고교생 신분으로 연구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영어로 썼을 뿐 높은 수준이 아니다"란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해당 논문의 공동저자가 한 후보자 딸의 온라인 과외 선생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학 입시용 스펙 쌓기였다는 지적에 무게를 더하는 부분이다.
전문적인 입시 컨설팅 또는 입시 목적을 가지고 스펙을 쌓으려는 의도 없이는 설명하기 힘든 대목들이다. 한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입시에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한 해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는 셈이다.
국내연구진들로 이뤄진 6개 단체는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런 학술지와 여기에 돈을 내고 기고하는 행위가 얼마나 학문 생태계를 교란하고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지 한 후보자와 그 가족들이 아는지 궁금하다"며 "이런 사이비성 전자저널에 실린 논문 아닌 논문이 어떻게 딸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이런 행태 속에 많은 의혹과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