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 흐름 속 국내 증시의 위축세는 날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공격적 매도세 속에서도 개인은 이달 들어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주가 하락을 힘겹게 방어하는 모양새다.
'개미'들 사이에서 저점 구간에 돌입했다는 인식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긴축 충격파에 쪼그라든 국내 증시…개미들은 '매수행진'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9조 6936억 원이다. 코로나19 시대 유동성 증가로 주식시장이 활황이었던 작년 같은 기간엔 16조 1921억 원이었던 거래대금 규모가 40%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4월 일평균 거래대금(10조 8667억 원) 보다도 1조 원 이상 줄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70포인트(1.27%) 하락한 2610.81로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론 2020년 11월30일(2591.34) 이후 1년 5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지난달 말 2700선으로 향하던 지수는 이달 들어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600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 5거래일 동안 지수는 3.1% 이상 빠졌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3일(2988.77)에 비하면 12.6% 이상 하락했다.
이 같은 국내 증시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미국의 긴축 행보 가속화가 꼽힌다. 올해 초부터 과잉 유동성 시대를 마무리 짓고 긴축 행보에 나설 것임을 본격적으로 예고해 온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3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지난주엔 0.5%포인트 '빅스텝 인상'을 단행했다. 물가 안정을 1순위 목표로 삼은 고강도 조치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물가를 자극하는 변수들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물가 전망이 불확실한데다가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최근 연준의 빅스텝 이후 국내외 증시는 낙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도 개인은 '주식 매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계속 떨어진 최근 5거래일 동안 개인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적게는 1009억 원, 많게는 3천억 원 이상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정반대로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고, 외국인도 이 기간 수천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올해 초부터 지난 6일까지로 시야를 넓히면, 이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3조 5980억 원, 10조 657억 원 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만 홀로 22조 8101억 원 어치를 쓸어담았다.
전문가 "당분간 변수 많아 저점 불확실…단기투자 좋지 않아"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로서는 대내외 변수가 워낙 많아 주가 저점이 불확실하고,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섣부른 단기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이 주가 저점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약세장이 얼마나 더 연장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외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월보다 소폭 하락한다고 해도 시장 예측대로 여전히 8%를 상회할 경우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고물가 흐름의 전환 여부 판단은 CPI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올해 3분기에나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그 때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어떻게 될 지를 둘러싼 리스크는 이어질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시장이 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경기둔화 우려도 향후 반영될 수 있어 증시 약세 국면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약세장에선 거품이 걷히고 기업들의 기초 체력이 드러나는 만큼, 우량 성장주를 골라 여윳돈으로 장기 투자는 해 볼만 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용택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펜데믹 국면에서 소위 '미래성장주'라는 것들의 주가가 우후죽순 다 올랐다. 그런데 약세장이 오면 이 가운데 무엇이 우량주인지 가려지게 된다"며 "기업의 펀더멘털에 집중해서 장기 투자주를 선별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고, 그런 분석에 자신이 없다면 은행주나 고배당 주식 등에 투자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겨냥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최근까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반도체, 자동차, 2차 전지, 인터넷 업종을 주목하고 있다"며 "금리인상, 유동성 흡수 등 통화 정책 긴축 사이클이 시작된 상황에서 차별화 된 성장동력, 모멘텀이 이들 업종의 매력도를 높여줄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