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9일,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은 노인복지관에서 첫 보궐선거(인천 계양을) 일정을 시작했다.
동시에 6·1 지방선거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까지 맡은 이 고문이 문 전 대통령 퇴임으로 구심점이 약해진 민주당을 원팀으로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내 분열 우려"…의원 30명 대선평가 취소
이재명 고문은 이날 첫 일정으로 계양구노인복지관을 찾아 지역 어르신들에게 인사했다. 지난 8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선언 이후 첫 일정이다. 같은 시간 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임기 마지막 날 일정을 소화했다.
당도 일단 이 고문을 밀어주겠다는 각오다. 인사청문회 정국 이후 친문(親문재인)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선 평가를 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취소된 분위기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늦게나마 대선 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 의원 30명 정도가 모였는데, 선거를 앞두고 당내 분열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정무적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낙연 "지금 흐름 많은 걱정…정치 특별히 우려"
진정한 화학적 결합을 위해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박홍근 원내대표·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이재명 고문' 등 '대선패배 지도부'가 재결합했다는 오명을 어느 정도 씻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 고문이 최소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나갔어야 실리라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서 이원욱 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도 이 고문의 분당갑 출마를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이 고문이 계양을 출마를 선택하면서 선거 이후 소외됐던 친문 진영을 중심으로 쓴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고문과 맞붙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 "지난날의 기억이 떠오르다가 앞날의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곤 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취는 잇고, 부족은 채우며, 잘못은 고쳐가길 바란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은 많은 걱정을 준다. 정치가 특별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고문의 이번 출마가 '방탄용 금배지'를 달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지면서, 이 고문이 앞으로 22일 남은 선거에서 당내 다른 목소리들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 고문은 대장동 의혹 등으로 검찰·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8월 전당대회 계파전 우려…6월 지선 결과 관건
이러한 당내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재명 고문은 지난 8일 초고속 복귀 명분으로 '선당후사'를 앞세우며 '책임 정치'를 언급했다. 그는 출마 회견에서 이번 출마가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닌, 6·1 지방선거에서 당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 고문이 국회에 입성한다면 오는 8월 당권에도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당 대표 선거에서 친문계, 이낙연계, 정세균계 등에서도 등판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이 고문의 향후 당내 장악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경기와 인천에서의 승리를 선전의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이 고문은 9일 성남 분당에서 계양으로 전입신고를 마쳤다. 그는 오는 11일 열리는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당 지방선거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