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를 하루 앞둔 8일 참모들이 각자의 소회를 밝혔다.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의 이야기'를 연재해온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관저 뒤에 전직 대통령들이 심은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며 마지막 편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 참모 등과 함께 둘레길을 따라 북악산에 올랐다가 청와대 관저 위에 있는 백악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은 느티나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심은 서어나무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당연히 느티나무를 심으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뜻하지 않게 크기가 작은 서어나무를 심으셨다"며 "노무현 대통령님은 느티나무를 참 좋아하셨는데 이미 김대중 대통령께서 느티나무를 심으셨으니 그것과 잘 어울려 자랄 수 있는 서어나무를 심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존중과 배려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지켜본 박 수석은 "백악정은 광화문 광장이 바로 아래 펼쳐져 있어 광화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리는 것 같다"면서 "임기를 마치는 문 대통령이 두 전임 대통령의 정자목을 '존중과 배려'로 말씀하신 이유는 두 나무가 바라보는 광화문이 '존중과 배려', '평화와 상생'의 광장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두 대통령의 나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은행나무를 심었지만, 다른 역대 대통령의 나무와 함께 이곳에서 광화문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번영과 '생명의 광장'을 오래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새 정부 의전비서관을 향해 "애정하라, 잊으라, 버티라"라는 조언을 남겼다.
탁 비서관은 '신임 의전비서관, 행사기획비서관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가까이 모시는 대통령부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저 건너편의 사람들까지 애정을 가져야한다"며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졌든, 직을 맡는 순간부터는 국가적 입장이 우선이 된다"고 충고했다.
탁 비서관은 또 "잊어버려야 한다"며 "대통령 재임 기간 1800개가량의 행사를 치르는데 때론 실패도 경험하게 된다. 이번에 잘못했으면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버티고 고집을 부리라"며 "대통령 행사에는 민원이 없을 리 없다. 애초의 기획의도가 흔들릴 수 있는 민원들이다. 이를 못 버티고 수용하면 잠시 고맙다는 말을 들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에게 실망을 주게 된다"고 조언했다. 탁 비서관은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 또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받아들여야 한다"며 "탈출 버튼을 늘 옆에 두시라. 건투를 빈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임기 마지막날인 9일 오전 문 대통령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에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독립유공자 묘역을 참배한다.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에서 지난 5년간의 소회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으로 퇴임 연설을 하며, 오후에는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을 면담한다.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나면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오후 6시에 청와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청와대 정문에서 분수대로 걸어 나와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