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재뿌리나…尹 '조작증거 제출 검사' 발탁에 속탄 검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인 이시원 변호사가 내정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부적격'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검찰권 남용의 상징적 인물이 청와대 요직에 기용됐다는 사실 자체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에 명분만 더해줄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이 변호사는 검사 시절 조작된 증거를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혐의로 징계를 받았던 인물이다. 조작 피해자인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로부터 무고·날조 혐의로 고소돼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제식구 감싸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검찰 내부 "검수완박에 명분만 주는 부적격 인사" 한숨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당선인이 이 변호사를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한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내에서는 '당선인의 인사권은 고유한 권한'이라며 표면적으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심 불편한 기색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검수완박 법안이 민주당 독단으로 처리되고 대통령 공포까지 되면서 조직이 무력감에 빠진 시점에 이런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에 불쾌감마저 느껴진다.

연합뉴스

민주당에 의한 검수완박 법안 처리가 공론화 된 이후 검찰은 공소권 남용이나 과도한 별건 수사 등 과거 검찰의 과오에 대한 지적에 대해 겸허히 인정하고 스스로 고쳐나가겠다며 낮은 자세로 여론전을 펼쳐왔다. 여당의 압도적인 의석수에 밀려 법 통과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국민여론의 동향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자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각 언론 매체의 여론조사에서는 검수완박에 부정적인 여론이 찬성하는 여론을 훨씬 상회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사개특위를 통해 중수청 신설 등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방법이 정해지는 만큼, 검찰 입장에서 '검수완박 반대' 여론을 계속 유지시켜야할 필요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이 변호사의 요직 발탁으로 자칫 이런 분위기가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검찰 내부에서 감지된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해가 잘 안가는 인사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전혀 검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번 인사를 보면서 힘이 빠지고 속이 탔다. 정치인들이 오랜 기간 검찰개혁을 정치적 구호로 이용해 왔는데 여전히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그 거짓에 속은 것도 잘못이고 무능력이다"라며 "이런 공소권 남용에 얽힌 검사를 공직 사회 기강을 잡고 감찰하는 자리에 보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도 "무리한 인사다. 검사 시절 조작 증거를 분별하지 못했는데 공직기강 일을 잘 하겠느냐"며 의문을 나타냈다.

일선의 반응은 더욱 차갑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당선인이 좌천성 발령을 받아 부임했던 대구고검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으로 이 변호사를 발탁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며 "후배들이 전력을 다해 검수완박을 저지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에 합의해주더니 당선인은 사적 인연 때문에 검찰에 대한 국민여론에 재를 뿌린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시원 비서관.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간첩조작' 피해자 유우성씨 수사…조작 증거 제출 징계도

지난 2013년 2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수사를 벌인 끝에 탈북민 출신인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로 유씨 수사를 전담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 등으로 유씨를 수사해 재판에 넘긴 뒤 공소 유지까지 관여했다. 1심 재판부가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항소했다.

항소심 단계에서 검찰은 추가 증거라며 국정원이 입수한 유씨의 중국 화룡시 공안국 출입국기록을 제출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됐다. 변호인측에서 역시 화룡시 공안국으로부터 입수했다는 출입국기록을 제출했는데 기록양식 등이 검찰측 기록과 다르자 재판부가 중국측에 기록의 진위 여부 판단을 요청했다. 중국대사관은 검찰측 기록이 위조됐다는 회신을 보내왔고 유씨는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에 제출된 증거 위조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국정원 직원 3명과 공범들은 2014년 3월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인정됐다. 하지만 국정원으로부터 증거를 건네받은 이 변호사와 이문성 부장검사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증거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이 변호사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제식구 감싸기' 비판에 휩싸였다. 이 변호사는 법정에 서지는 않았지만 법무부 징계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법무부는 당시 이 변호사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