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간첩조작 검사가 공직기강 비서관이라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급 1차 인선을 발표했다. 사진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내정된 이시원 변호사.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비서진 임용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비서실의 전체 규모는 최대 28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청와대 슬림화 공약은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는 대신 정책과 인사기획관실이 신설됐다.
 
눈에 띄는 점은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용됐다는 점이다. 총무비서관과 공직기강 비서관, 법률비서관이 검찰 출신이고, 인사기획관에도 전 대검 사무국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당선자가 오랜 기간 검찰에만 몸을 담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청와대 비서관들을 검찰출신으로 대거 기용하는 것이 타당한 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가장 문제가 있어 보이는 지점은 공직기강비서관이다. 이시원 신임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는 검찰 재직 당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였다. 이 사건으로 당시 이시원 검사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결국 검찰을 떠났다.
 
북한 탈출 주민인 유우성씨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임용됐지만,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가 국정원에 포착돼 검찰에 넘겨졌다. 검찰은 유 씨를 간첩혐의로 기소했지만, 증거로 제출한 출입경 기록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담당 검사였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는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이후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이 기록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기록위조 사실의 인지 여부를 떠나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비서관에 기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공직기강 비서관은 말 그대로 공직자들의 비위 등을 감찰하고 감독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적발된 비위 공무원이 간첩조작 연루 전력이 있는 수석비서관의 공직기강 업무를 공정한 직무 수행으로 받아들일지, 또 관련 기관과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인지도 검토해 볼 일이다. 
 
앞서 지적했지만 비서관의 검찰 출신 대거 기용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공직기강 비서관도 문제지만, 인사기획관에 검찰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의 인사기획관은 소규모 조직인 검찰인사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인사를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편중된 인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
또한 청와대의 요직에 검찰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검찰의 입장이나 입김이 이전에 비해 훨씬 강력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특히 검찰의 수사권 조정법안의 후속조치가 청와대와 행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국회와 검찰, 국회와 청와대의 첨예한 대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만일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집권 초기부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은 혼돈 속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사족 같은 말을 한마디 덧붙이자면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은 무죄로 결론 났지만, 검찰은 유우성씨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유 씨 사건이 발생하기 4년 전에 검찰 스스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 씨의 대북송금사건을 다시 꺼내 기소했던 것이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유 씨에게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과 최종심에서 검찰의 공소권 남용으로 결론이 났다.
 
공소시효 만료 여부가 관건이지만 공수처는 이 공소권 남용 사건을 수사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이른 바 '검수완박'이라는 법률 개정이 왜 필요한 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 사건에 관련됐던 검사를 공직기강 비서관에 임용한 것은 선거 기간 동안 검찰의 권한 회복을 공공연하게 외쳤던 윤석열 당선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인지. 앞으로 윤석열의 청와대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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