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랑이가 좋아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길"
100번째 어린이날을 맞은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이른 아침부터 부모님과 아이들로 가득 찼다. 주차장 전광판엔 오전부터 '만차' 안내가 떴지만, 차들은 끊임없이 줄을 섰다.
따사로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와 모자로 중무장한 아이들은 풍선을 손에 쥐고 뛰어다녔다. 왕관 머리띠와 드레스로 멋을 낸 아이들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연신 재잘거렸다. 이미 실컷 뛰어놀았는지 유모차에서 곤히 잠든 아이들도 보였다.
이날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뛰노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혹시나 하는 감염 우려에 마스크를 쓴 채로 나들이를 즐겼다.
코로나19 이후 만 2년 만에 대면으로 재개된 어린이날 행사로 아이도 어른도 들뜬 모습이었다. 구연동화 등 크고 작은 공연과 행사도 대공원 곳곳에서 열렸다.
사물놀이 공연을 앞두고 있던 색동옷 차림의 김수아(11)양은 "오늘 친구들이 많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처음 공연하는 거라 살짝 긴장되는데 그래도 재밌을 것 같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초등학교 4학년 국해리양은 "큰 무대여서 떨리지만 공연 끝나고 재미있게 놀겠다"며 각오를 말했다.
학부모 문소라(39)씨는 "작년 어린이날엔 집에 있었는데 올해는 이렇게 나왔다"며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애들도 재밌게 공연할 것 같아 기대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혹여나 아이를 잃어버릴까 "엄마 아빠 손 꼭 잡고 다녀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부모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실제 이날 대공원엔 '아이를 찾는다'는 안내방송이 자주 들렸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부모들은 연신 카메라를 들었다. 음악 분수대 물줄기가 솟아오르자 아이들의 함성이 높아졌고 물방울이 흝어져 아이들을 시원하게 적시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공원 안 동물원엔 '긴팔원숭이', '코끼리' 등이 아이들을 반겼다. 그중에서도 사자, 퓨마 등 맹수들이 모여 있는 곳엔 유독 어린이 관객들로 붐볐다.
7살, 11살 자녀와 함께 온 한승연(44)씨는 "얘네들이 하도 동물원 가서 코끼리랑 원숭이 보자고 해서 왔다"며 "작년에도 마스크 쓰고 왔지만 그땐 사람도 동물도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거리두기도 풀리니까 더 나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잔디밭엔 아이들이 공놀이하며 뛰어다니고 비눗방울을 쫓아다니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공원 곳곳에서 돗자리나 텐트를 펴고 휴식을 취했다.
3대가 함께 나들이는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7살 손주와 놀이공원을 찾았다는 60대 강모씨는 "우리 애들이 어릴 땐 애들 때문에 나왔고 이젠 손주 때문에 온다. 애들이 많이 있으니 생동감 있고 좋다"고 밝혔다.
이날 놀이공원 역시 인파로 붐볐다. 대표적인 놀이기구 '바이킹'을 타기 위해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이었다. 강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손주는 아빠하고 놀이기구를 타고 있고, 아이 엄마는 범퍼카 줄을 서고 있다. 나랑 할아버지는 짐 담당이다"라며 웃었다.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우려를 내비치는 부모들도 있었다. 경기도 양평에서 왔다는 30대 김모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됐다고 해도 새로운 변이가 나온다는 뉴스를 봤다. 어린이날이라 사람이 많으니 조심하려고 한다"며 두 아이의 마스크를 올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