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이 형이 무릎 통증으로 나갔을 때 내가 적극적으로 해야 팀을 이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했는데 잘 안 된 것 같다"
서울 SK의 간판 스타 최준용이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3쿼터 활약에 대한 질문에 답한 내용에는 이처럼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다.
장난기가 많은 최준용 특유의 농담이다.
지난 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챔피언결정전 2차전 3쿼터에서 보여준 최준용의 활약은 무척 강렬했다.
1쿼터에 3점슛 3개를 터뜨렸던 최준용은 3쿼터 들어 공수에서 진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전성현을 상대로 포스트업 득점을 기록한 뒤 팔을 쭉 펴서 손바닥을 바닥으로 내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자신을 막는 선수가 나보다 작거나 내 실력이 더 낫다는 뜻의 세리머니다.
오마리 스펠맨을 블록슛으로 막아낸 뒤에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세리머니로 SK 홈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 과정에서 스펠맨이 다소 흥분해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
또 최준용은 미드레인지 풀업 점퍼도 터뜨렸고 수비에서는 넓은 활동 반경과 높이 등을 앞세워 발군의 능력을 선보였다.
이 같은 플레이들은 대부분 3쿼터 초반 무릎 통증을 호소한 팀 동료 김선형이 벤치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나왔다.
김선형은 "착지할 때 무릎을 살찍 삔 것 같다. 힘이 갑자기 빠지고 통증이 느껴졌다. 벤치에서 체크를 받는데 (최)준용이가 계속 빨리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준용은 "형에게 삿대질을 했다. 빨리 나오라고"라고 말하며 웃었다.
최준용은 "힘든 경기였다. 자꾸 선형이 형을 찾게 되더라. 3쿼터 때 공격을 몇 차례 실패한 뒤 형한테 빨리 나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선형이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에도 SK는 강했다. SK는 개인 능력이 빛을 발한 최준용의 활약에 힘입어 3쿼터를 잘 버텼고 4쿼터에 SK 특유의 트랜지션 농구를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다.
결국 SK는 KGC인삼공사를 97대76으로 완파하고 챔피언결정전 홈 2연전을 싹쓸이 했다.
최준용은 24득점 5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최준용은 코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자밀 워니와 김선형, 안영준 등 주축 스코어러의 득점을 돕기도 하고 2차전 3쿼터처럼 자신이 직접 공격을 주도하기도 한다.
승부욕도 강하다. 최준용은 3쿼터 때 두 차례 슛을 놓친 뒤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김선형이 없는 시간에 자신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정규리그 MVP의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최준용은 "아무도 못 막는 선수가 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며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원정 3차전 각오를 묻는 질문에는 "원정이라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상대가 세게 나오면 우리는 더 세게 나가겠다. 우리 팀원은 모두 준비가 돼 있다. 잘 놀다 오겠다"고 최준용다운 답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