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 '빅스텝' 가능성 여전…한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 놓고 '고민'

미 연준, 오늘 새벽 0.75~1.00%로 0.50%포인트 인상
0.75%포인트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제거했다는 점에서 '안도'
하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 여전히 높아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투자금 유출과 원화가치 하락 방어해야
한국은행 이승헌 부총재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상존"
성태윤 교수 "기준금리 상승 요인은 우리 내부에서도 높아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일(현지시간)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미 연준의 이번 0.5%포인트 '빅스텝' 금리인상은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만에 처음이다.

이번 인상폭이 시장의 예상과 대체로 일치하고 0.75%포인트 인상 등 급격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글로벌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 연준이 올해 0.5%포인트 추가 인상을 몇차례 이어가면,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가치 하락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美 연준, 시장 예상과 부합하는 0.5%포인트 인상


미국 연준은 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나 올린 것은 지난 2000년 5월 회의(6.0→6.5%) 이후 약 22년 만에 처음인데, 그만큼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크다는 의미다.

연준은 금리 인상뿐 아니라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 계획도 공개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양적긴축 규모는 국채의 경우 300억달러, MBS 등은 175억달러로 정해졌다.

하지만 3개월 뒤부터는 상한액이 각 600억달러, 350억달러로 늘어나 유동성을 더욱 조일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지켜보는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연합뉴스
뉴욕 증시는 연준의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거되면서 이날 3% 넘게 뛰며 안도랠리를 펼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결정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에서 "75bp(1bp=0.01%포인트) 인상은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이로 인한 어려움을 이해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제가 지난 2년 동안 수많은 일을 겪었고 회복력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한은 "시장 예상과 부합하지만 대외 불확실성도 크다"


일단 미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놨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에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직후인 이날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 회의(화상회의)를 열고 "(FOMC) 회의 결과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부총재는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과 연준의 연속적 0.5%포인트 인상 전망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장기화,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며 "대외 리스크(위험) 요인의 전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빅스텝 두 번이면 한미 금리 역전…한국은행은 금리 인상폭 고민


연합뉴스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1.50%)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달에 이어 추가 금리 인상을 고민하고 있지만, 미국이 수 개월 내에 추가 '빅스텝'에 연이어 나설 경우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더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5월, 6월, 7월 3회 연속 0.5%포인트 인상 이후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다"며 "최종금리(terminal rate)는 기존대로 3~3.25%(내년 2분기)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금리가 역전되면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인 달러 강세로 국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유출되고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원화가치 하락은 일부 수출 대기업의 '반짝' 호재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수입 물가 상승으로 대외 수출 원가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도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취임 직후인 지난 달 말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물가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은은 물가상승 압력을 제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그 속도에 고민하고 있다.

우려했던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은 피했지만, 미 연준이 추가 빅스텝에 나설 경우, 우리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금통위가 연내 최소 세 차례 정도는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P모건은 한은이 5월을 포함해 추가로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급등한 점도 부담이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기 대비 4.1% 상승한 데 이어 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경제 주체들의 물가 상승 기대 심리도 추가 물가상승에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2013년 4월(3.1%)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데, 이 수준이 높아질수록 경제 주체들은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서 FOMC의 이번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어느정도 예고됐기 때문에 0.5%포인트 인상 자체가 (국내 시장에) 직접적으로 큰 충격을 주진 않겠지만 이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국내 기준금리 인상 요인은 대외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우리 자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며 "유동성 회수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의 추가 상황 전개에 따른 충격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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