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앞세운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이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를 골자로 그 윤곽을 드러내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약속과 다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년 뒤에는 과세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지만 윤 당선인 쪽은 결정된 게 없기 때문에 공약 후퇴로 볼 순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한편에선 해당 공약 자체를 '부자감세'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로선 이처럼 교차하는 시선들 속에서 나름의 절충안을 찾은 모양새지만, 관철을 위해서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해 향후 현실화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주식을 팔아서 거둔 수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재는 상장 주식에 대해선 한 주식 종목을 10억 원 어치 이상 보유하거나 코스피 상장사 지분을 1% 이상(코스닥 상장사는 2% 이상) 갖고 있는 대주주에게만 과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부터 해당 과세 대상을 확대해 지분 보유량과 관계없이 연간 5천만 원 이상의 주식 거래 차익에 대해선 20%, 3억 원 초과 시엔 2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같은 양도소득세 확대 적용 내용을 담은 세제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제'라고 부른다.
윤 당선인은 이와 관련 대선 과정에서 "주식 투자 자체에 자금이 몰리고 활성화 돼야 일반 투자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를 약속했다. 공약의 골자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세는 유지하되, 현행 상장사 대주주에 대한 양도세를 없애는 것은 물론, 내년 고수익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적용될 금투세까지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인수위는 해당 구상의 실현 방안을 고심한 결과 △금투세 과세 2년 유예 △대주주 과세 완화 △증권거래세 인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1월1일부터로 예정된 금투세 적용을 일단 뒤로 미뤄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과세 범위가 확대되는 걸 막고,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현행 세제도 손질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상장 회사 주식 매매 거래당 0.23% 부과되는 증권거래세 역시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방안들을 언급했고, 3일 인수위가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 국정과제엔 '개인 투자자(초고액 주식보유자 제외)에 대한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적시됐다.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약 후퇴 아니냐'는 취지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특히 금투세 과세 2년 유예 방안을 놓고는 "2년 뒤 과세한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강했다.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공약은 사라졌느냐", "폐지 대신 유예로 어물쩍 넘어가느냐"는 글들이 올라왔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2년 뒤 금투세를 어떻게 할지는 그 때가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약 후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일단 향후 2년은 주식 양도소득세 실질적 폐지 효과를 볼 수 있고, 그 이후는 명확하게 정해진 게 없으므로 현 시점에서 공약 후퇴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로선 주식 양도세 폐지 방향 자체를 부자감세라고 보는 비판적 시각이 투자자 반발과 교차한다는 점도 난감한 대목으로 꼽힌다. 이 공약의 직접 수혜층이 대주주, 연간 투자로 5천만 원 이상의 차익을 보는 '큰 손' 투자자로 국한돼 있고, 이들에게 혜택을 준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활성화 될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일부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주식양도세 폐지 시 과세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자주 거론된다.
민주당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류여서 공약 이행을 위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 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후보도 "부자감세를 위한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가 아니라 개미와 부자에게 똑같이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인수위가 과세 폐지 대신 완화·유예를 택하고 '개미' 투자자들까지 폭넓게 혜택을 보는 증권거래세 인하까지 추진하기로 한 건 이런 복잡한 현실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의 결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