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새 정부 출범을 엿새 앞둔 4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중문화예술인은 국위선양 업적이 너무나 뚜렷함에도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과거와는 현격히 달라진 환경에서 대중문화예술인들에게는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불공정할 수도 있다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회에 대중문화예술인의 예술요원 편입제도 신설에 관한 병역법 개정안이 상임위 소위에 계류 중에 있다. 국회의 조속한 합의를 통해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시기를 요청드린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는 대로 문화체육관광부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편익 기준을 만들기 위해 국방부, 병무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호소했다.
방탄소년단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특례 포함 근거로는 △ 한류 마케팅을 통한 엄청난 경제유발효과와 국가 이미지 개선, 국가 브랜드 제고효과, △ 국내 유명 한류스타들의 군입대가 대한민국이 여전히 위험한 분쟁 국가라는 이미지를 확산시켜 국가 이미지 손실, △ 병역특례자들의 사회적 기여를 견인하는 계기 마련 등을 들었다.
무엇보다 공정에 민감한 20대 청년들, 그 중 병역 의무가 있는 20대 남성들을 향해서는 "성실히 병역 의무를 마쳤거나 현재 수행하고 있고, 또 앞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할 대한민국 모든 분들께간절하고 절박하게 호소 드린다. 완전한 문화강국으로 자리 잡기 위한 시간을 더 배려해 주시기 바란다"며 "문화강국 대한민국은 바로 여러분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다. 국익을 위해 선택한 여러분의 이해와 양해는 결국 사회생활 하는 과정에서 다시 여러분에게로 그 성과가 돌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설득했다.
특히 이번 병역 특례 논의 시발점이 된 방탄소년단에 대해서는 "'K팝'은 세계적 흥행을 이어가며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중에서도 방탄소년단은 국민 여러분 모두가 직접 보고 계신 것처럼 콘서트 1회당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를 낳았고, 해외 유수의 음악상을 석권하는 등 세계를 울리는 문화적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황 장관은 "국민과 20대 청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 병역 특례를 통해 받는 혜택이 국민이 납득하는 수준의 무게로 사회에 환원될 때만이 여러분의 진정성은 더 큰 국민들의 사랑으로 되돌려 받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데다, 장관 임기가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논쟁적 사안을 주제로 강행돼 논란을 빚었다.
황 장관은 현 시점에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최근 방탄소년단 일부 멤버의 군 입대를 앞두고 찬반양론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정치인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총대 멜 일은 없다. 그러나 이 시기를 놓치면 (멤버가) 군 입대를 해야 되는 마당에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 비겁하다는 판단이었다"고 답했다.
현재 국내에는 국위 선양에 기여한 순수예술인과 체육인, 전문연구·산업기능인력 등의 병역의무를 면제 또는 대체하는 특례제도가 있다.
최근 몇 년 간 BTS 등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K팝' 아티스트들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대중문화예술인의 특례 포함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에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큰 업적을 세운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 요원'으로 편입해 대체 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1992년생인 방탄소년단 맏형 진은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체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을 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됐다. 이달 안에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 개정 후 시행까지 통상 6개월이 걸려 군 입대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찬반 양론이 팽팽하고, 최근 멤버 지민이 건강보험료를 체납해 자택을 압류 당했다가 완납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악재가 겹쳐 법안 통과까지는 넘을 산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