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방준비제도(Fed)가 이틀 간의 일정으로 5월 FOMC 회의에 돌입한 가운데,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연준의 결정에 집중되고 있다.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를 0.5% 올리는 빅스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빅스텝 넘어 0.75%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앞서 한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21일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 참석해 "중앙은행의 주요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동시에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가가 날로 고공 행진하면서 보다 공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급격한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일단 빅스텝에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2월 7.9%를 기록했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3월 8.5%까지 오르며 연준 목표치(2%)를 4배 이상 웃돌았다. 1년 가까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어선 데다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연준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은 또 이번 FOMC에서 양적 긴축 계획도 발표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매입했던 채권 등을 다시 팔아 시중 유동성을 조인다는 의미다.
연준의 5월 FOMC 회의 결과는 5일 새벽(한국시간) 공개된다.
연준 결정 앞두고 우리나라 등 전세계 금융시장 불안정성 최고조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점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은 전세계 경제에 파급력을 가진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산 안정성이 떨어지는 신흥 국가 자산을 매도해 미국에 투자한다. 이를 막기 위해 신흥국가들은 미국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투자를 유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결국 경기 둔화를 비롯해 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짐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원화 가치의 하락세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내린 1266.3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곧 13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마저 나온다. 높은 환율은 수출 기업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켜 그렇지 않아도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매도세도 여전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4월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3조7618억 원으로, 전년 동기(9조4101억 원) 대비 약 46%가 늘었다. 빅스텝을 예상한 외국인들이 꾸준히 국내 주식을 팔아치운 결과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유럽 등 전세계가 미국의 긴축 행보를 둘러싸고 들썩이고 있다. 아시아 주요 증시는 하락했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 뿐 아니라 위안화 등 통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한미통화스와프 등 대응 준비해야" 목소리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0.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현재 1.25%까지 끌어올렸다. 높은 물가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연말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당장 오는 26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를 0.5%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p에서 0.5~0.75%p로 좁혀진다. 연준이 2번 더 빅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화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다만 한은이 미국처럼 공격적인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둔화가 우려되는 점,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도 "국내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파장이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자본 유출에 대한 영향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FOMC에서의 빅스텝 이후 기본적으로는 증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닥칠 것이다. 미국의 긴축기조가 선반영됐다는 점 때문에 직후에는 일종의 안도 랠리가 나타날 수 있지만 관심이 6월 FOMC로 넘어가면서 지속적인 긴축 기조가 강조될 것이다. 미국의 긴축은 이제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 긴축 기조의 영향으로 환율이 요동치는 가운데 환율을 잡기 위한 정책 수단 중 하나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미 통화스와프는 세 차례 연장되다 지난해 말 종료됐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올릴지 검토해 보겠다"며 "외환 안정 등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등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재정 건전성을 비롯한 요소들이 약화되고 있다"며 "미국과 통화 스와프 체결로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수석연구위원도 "통화스와프가 기본적인 안전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객관적으로 우리나라 외화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시급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시장의 심리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진정시키는 목적으로 통화스와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