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전면 철거 후 재시공' 결정한 이유는?

HDC현대산업개발, '붕괴 사고' 화정 아이파크 전면 철거 결정
"입주예정자들 원하고 가장 빨리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수순"
업계 "사고 동만 철거 후 재시공으론 사태 수습 한계 판단했을 것"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용산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입주 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8개동을 모두 철거하고 재시공하겠다 입장을 밝혔다. 박종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축 중 붕괴사고로 7명의 사상자를 낸 뒤 공사가 중단된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를 전면 철거한 뒤 재시공 하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저희가 가장 빨리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수순이라고 생각해서 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는데 업계에서는 "사고가 난 동만 철거한 후 재시공하는 것으로는 수분양자의 민원과 여론을 수습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HDC 정몽규 회장은 4일 서울 용산 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화정 아이파크 8개동을 모두 철거한 후 전면 재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지난 2월 실종자 구조작업을 끝난 이후 입주 예정 고객과 주변 상가 상인 여러분과 피해 보상을 위한 대화를 이어왔지만 입주 예정 고객의 불안감이 커져왔고 회사 또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기업 가치와 회사에 대한 신뢰 또한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며 "입주예정자의 요구인 화정동의 8개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아이파크를 짓겠다"고 말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용산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입주 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8개동을 모두 철거하고 재시공하겠다 입장을 밝혔다. 박종민 기자

전면 철거 후 재시공 결정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정 회장은 "지난 4개월 동안 입주예정자와 계속 이야기를 해왔는데 그분들의 가장 큰 우려는 안전으로 무너진 동 뿐만 아니라 나머지 계약자들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00여 명의 계약자가 계셔서 협의하는 것도 합의가 무한정 지연될 가능성도 있고 회사의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저희가 했다"며 "그것이 저희가 가장 빨리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수순이라 생각해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특히 "고객에게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조금이라도 안전에 관한 신뢰가 없어지는 일이 있다면 회사에 어떠한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화정 아이파트 사고와 관련한 비용에 대해서는 "1750억 원을 배상했고, 향후 입주지연에 따른 비용과 입주예정자 주거지원비 등 2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고, 전면 철거 후 재시공시 소요되는 기간은 70개월로 전망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3월 29일 주주총회에서 화정 사고와 관련해 △201동(사고동)만 철거 △2단지만 철거 △1~2단지 모두 철거 이후 재시공하는 3가지 시나리오의 평균값으로 손실추정액을 1754억 원으로 반영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전면 철거를 할 경우 비용은 175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산업개발이 화정 사고와 관련해 감수해야 할 비용은 3750억원 이상이다. 현대산업개발 지난해 영업이익이 2734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해 영업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비용이 화정 사고만으로 나가는 셈이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4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을 포함한 8개 동 전체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했다. 사진은 사고 이후 공사가 멈춰있는 화정아이파크 건물을 이날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이번 결정을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고가 난 동만 철거하고 나머지 동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와도 입주예정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현대산업개발은 절대적으로 이익과 손해를 따져봤을 것"이라며 "사고동을 포함한 단지 일부만 철거한다고 했을때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수분양자들이 반발하면서 발생하는 민원, 그에 따른 보상까지 감안했을때 당장은 비용이 크지만 전면 철거를 통해 사태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몽규 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1만 1480원에서 1만 575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신축 중이던 현대아이파크 1개동의 23~34층 바깥벽과 구조물이 무너졌다. 당시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이 사고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해당 사고를 '시공 방법 무단 변경 등 현대산업개발의 총체적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에 앞선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 건물 철거 중 붕괴사고를 냈고, 서울시로부터 부실시공 및 하수급인 관리의문 위반 등의 혐의로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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