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과 소비, 투자의 부진한 상황에 환율과 물가가 치솟으면서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3년 6개월만의 물가상승률 4.8%…커진 소비자 부담
통계청이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로 지난해 4월보다 4.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에 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덮친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물류대란에 이어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데 이어 식품·가공식품류와 개인서비스 가격까지 높아진 탓이다.
석유류의 34.4% 폭등은 물론 전기·가스·수도 6.8% 상승, 외식물가 6.6% 상승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이 크게 오른 탓에 국내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더욱 가볍게 느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거시지표 악화일로 상황에 덮친 물가 고공비행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각종 거시지표가 좋지 못한 가운데 펼쳐졌다는 점이다.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소득지표인 올해 1분기 GDI(국내총소득)는 1.9%로 전년 동기 대비 0.1%p 성장했다.
물가가 4%대로 높아지는 사이 구매력은 1%대 증가에 그치면서 지갑을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투자와 소비도 모두 부진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0.7%를 기록했는데, 성장 기여도가 1.4%p로 직전 분기보다 0.3%p나 높아진 순수출(수출-수입)의 역할이 컸다.
반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0.4%p였으며 정부투자 -0.6%p, 민간소비 -0.2%p로 모두 부진했다.
1분기 민간 소비 또한 -0.5%p를 기록하며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마저 1300원에 육박,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외화유출 마저 우려하게 됐다.
대내외 겹악재로 인한 경제성장 먹구름…전문가 "물가부터 잡아야"
이러다 보니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 또한 위축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지난 1월 3.0%에서 0.5%p나 하락한 것이다.
좋지 못한 상황이지만 뾰족한 반전카드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매 역할을 하긴 했지만, 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3%대 상승폭을 보여 왔고, 개인서비스 역시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가격이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상황 또한 녹록치 않다.
IMF는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 또한 지난 1월 4.4%에서 최근 3.6%로 낮췄다.
자칫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현재와 같은 부진이 지속되면서 1년 내내 4%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 등 민간부문에 대한 지원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동시에, 물가를 안정시켜 국민들의 구매력을 유지시켜야 한다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물가 안정이다. 비용 충격과 공급 충격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생활고가 극심해질 수 있다"며 "통화 당국은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인상 폭을 크게 하지는 않더라도 유동성 회수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