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고위직 재직 당시 자녀들이 차례로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하는 등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거듭된 맹공에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먼저 자료 제출에 불성실한 정 후보자의 태도를 지적하며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후보자께서는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관련 서류, 아들의 병역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MRI(자기공명영상) 자료 등 핵심 자료들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제출 거부하고 있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하면서 후보자 지명 후 해명자료만 60건 안팎으로 내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사퇴 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의원실과 언론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국민 눈높이에서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의혹들이다. (후보자의) 답변도 동문서답, 해명 검증도 셀프"라며 "국회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청문회 관련 서류나 영상물 제출을 요구받으면 군사·외교·대북 등의 사항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따라야 한다고 돼있다"고 짚었다.
신 의원은 정 후보자의 아들이 지난 2015년 4급 보충역으로 판정된 MRI 자료 등을 오전 중으로 제출하라며, 요구에 응하지 않을 시 국회법에 따라 후보자를 고발하겠다고 압박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정 후보자 측이 "선택적 팩트체크를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고 의원은 경북대 의대에 학사편입한 학생들 중 불합격자의 출신학교, 후보자 아들이 낙방했던 입시 첫해 응시원서 등을 미제출 자료로 들며 "아들의 스펙은 (2년째) 다 똑같은데도 40점 정도 차이가 나는 2018년도 것만 제출되고 2017년도 원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의혹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럽다 하셨지만 자료 제출 요청이 제대로 (이행) 안 되는 걸 보면 겉으로만 그렇게 말씀하시고 속으로는 웃고 있는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계신 것이거나, 후보자와 상관없이 인사청문준비단에서 국회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결국 정 후보자는 오전 질의가 종료된 이후 아들 병역의혹의 진위를 가릴 핵심인 MRI 자료를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CD 2장을 들어 보이며 "양 간사님께서는 개인 신상을 보호한다는 전제 하에 이것을 어떻게 검증할지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정 후보자의 아들은 지난 2010년 현역 판정(2급)을 받았으나, 2015년 퇴행성 추간판 탈출증 소견으로 4급 판정을 받았다. 당시 아들이 검사를 받았던 의료기관이 후보자가 근무 중이었던 경북대병원임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후보자는 지난달 21일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재검사를 한 결과, 아들이 7년 전과 마찬가지로 '신경근을 압박하는 추간판 탈출증' 의심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지만 '셀프 검증'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후보자 측은 온라인상으로 영상자료 등이 떠돌아다닐 수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근거로 직접적인 자료 제출은 거부해 왔다.
정 후보자는 본인과 가족에 관련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사퇴 의향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후보자는 '국민의힘에서도 자진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아느냐'는 고민정 의원 질의에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그렇게 제기된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제가 생각해서 그렇다"고 못박았다.
그는 "병원과 학교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에 들어갔을 때 자신이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원장을 지낸 사실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딸의 입시 당시 불합격자들이 '나는 병원장 아빠가 없어서 떨어진 것 아닌가'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신현영 의원 지적에 대해 "공정한 절차에 의해 들어갔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 "의원님도 의사시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아울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취소 처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저와 관계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행정절차 상의 문제'라며 "장관 업무와는 관계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윤석열 당선인이 내걸었던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본인이 부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네, 전 그렇게 생각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