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장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17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우리은행 내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은행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해당 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사고에 책임 있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고,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 원장은 "금감원은 외부감사인의 감시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회계법인의 품질 관리 시스템상 미비점이 있는지도 점검하겠다"며 "그동안 감독 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은행 자체적으로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는지 긴급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원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5월 빅스텝 금리인상(한 번에 0.5% 포인트 인상) 가능성과 선진국 경기둔화 우려, 신흥국 디폴트 위험 확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직면한 한국경제의 경기 하방 리스크를 포괄적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누차 우려를 표해왔던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책임이 더욱 무거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가계·기업부채 관리의 중요성도 언급하면서 "실수요층에 대해선 자금애로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주길 바란다. 기업부채와 관련해선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 시 상환 부담 급증으로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잘 마련해 이행해 달라"고 했다.
정 원장은 아울러 "저금리 하에 은행을 이탈했던 자금이 금리 상승기를 맞아 되돌아오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시장 여건에서 은행이 과도한 예대 마진을 추구한다면 금융 이용자의 순이자 부담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리 산정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에 대한 시장규율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정 원장은 "아직까지는 은행의 외화 조달 여건이나 외화유동성 상황이 안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은행의 외화유동성 관리 능력과 국가별 익스포저 한도 관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취약점이 발견될 경우 신속,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