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은 사퇴, 정호영은 수세…'공정과 상식'에 생채기

사퇴 입장 밝힌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황진환·윤창원 기자

가족 구성원 전원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로 '아빠찬스' 논란이 일었던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3일 자진사퇴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명한 내각 인사 중 첫 낙마 사례다.

마찬가지로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아빠찬스' 의혹을 받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진행 중인데, 청문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면서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다.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주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죄송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와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오늘 일체 질의 응답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지나가는 길에 마지막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기 바란다"면서 각종 의혹의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자 자진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황진환 기자

김 후보자는 경남 마산 출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회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3일 "김 후보자는 교육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낸 교육자"라며 "교육부 개혁과 고등교육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년세대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와 교육 다양성을 설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배우자, 아들, 딸 등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미교육위원단이 운영하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 대학에서 근무하거나 공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외대 총장시절 롯데첨단소재 사외이사 겸직을 셀프로 허가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각종 의혹에 국민의힘 내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왔는데, 전날에는 김 후보자가 한국외대 교수 시절 이른바 '방석집'이라고 불리는 식당에서 접대를 받으며 제자의 박사 논문 심사를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결국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에서는 '아빠찬스' 논란이 불거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진행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자신이 근무하던 경북대 병원에 자녀 2명이 모두 편입학에 성공하고,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던 아들이 경북대 병원에서 실시한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으며 특혜 의혹을 받았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언제 자진사퇴할 계획인가", "의료계 반응을 보며 사퇴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느냐"는 등 압박을 가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자료제출 관련 질의를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 후보자는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사퇴 의사에는 선을 그었지만,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먼 과거 행보에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에 장관직에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두 후보자 모두 자신의 직위를 활용해 가족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윤석열 당선인의 슬로건인 '공정과 상식'에도 생채기가 났고, 정부 출범 전부터 큰 부담을 안게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초대 내각과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정 후보자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