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늑장 압수수색' 논란…경찰은 '난처'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2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보완수사 중인 경찰이 착수 3개월 만에 첫 압수수색에 나서며 늑장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겨냥한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경찰은 수사 결과를 놓고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분당경찰서는 전날 수사관 22명을 투입해 성남시청 정책기획과와 도시계획과 등 5개 과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성남FC 사건과 관련한 첫 강제수사다. 경찰은 올해 2월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고 수사를 이어왔다.

그러나 경찰의 첫 압수수색이 보완수사 3개월 만에 이뤄지자 일각에선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불송치 결정을 했을 당시에도 강제수사를 하지 않다가, 보완수사 착수 이후에야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했기 때문.

경찰은 지난해 9월 '이 후보와 기업들 사이에 현안 처리 대가로 광고비를 후원한다는 공통의 인식과 양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강제수사는 없었고, 관련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방식으로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은 "불송치 당시에는 임의제출로 자료를 확보했고, 압수수색까지 할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이후 자료를 확보하고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자 민주당에선 경찰이 수사 대상인 이재명 고문을 겨냥하고 보여주기식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경찰 압수수색 당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미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불송치 결정까지 내렸으면서 뒤늦게 압수수색 쇼를 벌이는데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성남FC 사건은 바른미래당의 정치적 고발로 시작된 전형적인 음해 사건"이라며 "이재명 상임고문 망신 주기인가 아니면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재명 사법살인의 신호탄을 쏘려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라는 게 일부만 보고 판단할 순 없지만, 불송치 결정하기 전에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면 지금의 불필요한 오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결과 바뀌면 '정치 프레임' 갇힐 수도…"결과 책임질 것"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수사 결과를 놓고도 딜레마에 빠질 상황에 처했다. 기존과 수사 결과가 달라질 경우 정치적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보완수사를 통해 혐의를 발견하고 검찰에 송치할 경우, 경찰은 기존의 수사가 부족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특히 수사 결과가 달라지면 '정권 눈치보기'라는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도 크다. 대선 전에는 '혐의 없음'이었던 사건이, 이 고문이 패배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자 바뀐 것 아니냐는 시선이 따라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수사 결과를 예측해선 안 되며,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지난해 수사를 맡은 분당경찰서가 사건을 불송치 결정한 것을 존중하며, 만약 새로운 결과가 나온다고 하면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절차대로 수사를 이어갈 것이며, 수사 방향과 결과 모두 청장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남FC 후원금 특혜 의혹은 이재명 상임고문이 성남FC 구단주이던 2015년 성남시장 재직 당시 두산, 네이버 등 성남시 기업들로부터 구단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여 원을 내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바른미래당은 이 고문이 후원금을 받는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현안을 처리해줬다며 2018년 6월 이 고문을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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