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재판에서 대장동 일당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당시 성남시의회와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조직적으로 관리한 정황이 2일 나타났다.
특히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언론에 '대장동 개발은 결합 개발 방식으로 하겠다"라고 언급하자, 유동규 전 본부장이 '결합 개발은 불가능하고,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취지로 거절한 정황도 나타났다.
결합 개발은 대장동 일당이 반대한 사업 방식이다.
이재명이 '결합 개발' 언급하자…유동규 단칼에 거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재판과 마찬가지로 '정영학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정영학 녹취는 정영학 회계사가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등과의 대화를 녹음한 자료로 대장동 의혹의 스모킹 건으로 꼽힌다.검찰이 공개한 녹취 곳곳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을 주도하는 발언이 나타났다.
특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개발 방식을 김만배 씨 등 대장동 일당이 꺼려한 '결합 개발 방식'으로 하겠다고 언론에 언급하자, 유동규 전 본부장이 반대하고 대장동 일당에게 설명하는 등 수습한 정황이 나타났다.
검찰이 공개한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의 2013년 7월 2일 통화 녹취에서 남 변호사는 "(유동규가) 오늘 아침에 시장을 만났는데 (이재명 시장한테) '왜 베버리힐스 이야기를 꺼냈냐'라고 말했다고 한다"라며 "(유동규가) '시장이 복잡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 자기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해당 통화가 이뤄지기 하루 전인 2013년 7월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을 신흥동 1공단 부지와 결합개발 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하고, 대장동을 타운하우스 위주의 고급 주택단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제1공단과 대장동의 결합 개발이 추진됐지만, 2016년 사업 분리가 결정됐다.
결국 당시 이재명 시장의 기자회견 직후 유 전 본부장이 곧장 대장동 일당에게 이를 설명하고 수습한 정황이 재판에서 나타난 것이다. 검찰은 1공단 분리 개발 결정이 대장동 일당의 의도대로 흘러갔다며 이를 특혜 정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날 공개된 다른 녹취 곳곳에서도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의 통화 녹취에서 남 변호사는 "(유동규가) '전문가 앉혀 놓고 일은 내가 결정해서 해야지. 형 믿고 일 하자'라고 해서 (나는) 당연히 '그래야죠'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김만배 "한구 형은 내 선에서"…시의회에 전방위 로비 정황
대장동 일당이 성남시의회와 유 전 본부장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돈을 건넨 정황도 나타났다.김만배 씨와 정 회계사의 지난 2013년 3월 9일 통화 녹취에서 김 씨가 "한구 형은 누가 전달하지?"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형님(김만배)이 비자금을 갖고 나갈 돈이 그럴 용도로 갈 게 있다면 가져간 비율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한다.
이어 김 씨는 "한구 형은 내가 해야 된다. 형(김만배) 선에서 처리하는 것으로"라고 말했고, 정 회계사가 다시 "그게 맞는 것 같다. 일만 잘 처리되면 된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한구 형'에 대해 검찰은 강한구 성남시의원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소속 성남시의원으로 활동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찬성했다가 새누리당에서 제명됐다.
녹취에선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도 등장했다. 김 씨가 "애들은 의장님한테 잘하냐?"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이제 잘하겠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씨는 "남욱이는 안 봐도 찰싹 붙었을 것"이라고 말했고, 다시 정 회계사는 "남욱이는 잘 붙어 있다"라고 호응했다. 이후로도 김만배 씨는 "대장동 키는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최 전 의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검찰 "유동규에게 9천만 원 전달했나"… 정영학 "그렇다"
대장동 일당이 유 전 본부장을 이번 사업의 핵심 인물이라고 언급하며 집중 관리한 모습도 나타났다.정 회계사는 김만배 씨에게 "제가 전략을 짰는데 유동규만 보시면 된다. 지금부터는 유동규가 킹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넬 돈을 마련하고, 유 전 본부장이 이를 재촉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2013년 3월 20일 통화 녹취에서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유동규가) '다른 것도 원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주겠다. 시공사도 엮어주고 배팅하게 해 주겠다. 그러면 총알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라며 "(유동규의) 취지는 '나도 커야 할 것 아니냐, 널 도와주려면 형(유동규)이 부탁하는 것으로 생각하라"이다"라고 말했다.
2013년 4월 1일 통화 녹취에선 유 전 본부장이 직접 등장한다. 남 변호사가 "출처 없이 만드는 데 약간 애로가 좀 있는데 얼마나 급하신 것인가?"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내일 일부 좀 해봐"라고 말했다. 이어 남 변호사가 "내일이요? 내일 필요하신 것이구나"라고 말끝을 흐리자 유 전 본부장은 "스케줄을 맞춰 놓았다. 어느 정도냐"라고 재촉했고, 남 변호사는 "현금 만들기에 시간이… 출처 없이 만드는 게 시간이 좀 걸린다"라고 답했다.
특히 2014년 5월 16일 통화 녹취에선 '0.9'가 등장하는데 이에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0.9가 9000만 원 관련 부분인데 이 돈을 전달한 대상이 유 전 본부장이 맞는가?"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그렇게 기억한다"라고 답했다.
이날 정영학 녹취록을 심리한 재판부는 다음날인 3일에도 나머지 녹취록에 대한 심리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