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경기 방문" 尹 선거 행보 '노골화' 논란

일주일 만에 또 다시 경기도행
현안·공약 내세워 국힘 후보 동행
김동연 "대통령이었으면 '탄핵감'"
국힘 "文도 마찬가지, 네거티브 말라"
"경기·인천, 尹마케팅 역효과 우려도"

2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더함파크에서 열린 수원 군공항 소음피해 관련 간담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와 김용남 수원시장 후보가 동행한 모습. 박창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방 순회를 이어가면서 6·1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선거개입'이라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렸던 경기도내 주요 대도시를 연달아 찾아 '대선 연장전'을 의식한 노골적인 행보라는 비판이 거세다.
 
반면 윤 당선인 측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국면 지방 순회 등을 사례로 들며 전임자들과 다를 바 없는 '민생 차원'이라고 지방선거 개입 논란을 일축했다.
 

일주일 만에 또 '경기도'…대선 2차전 의식?

 
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날 고양·안양·수원·용인 등 경기 지역 4개 도시를 잇따라 방문해 지역별 현안을 보고받고 주민들과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윤 당선인 측은 고양과 안양의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비롯해 수원 군공항 소음피해 민원, 용인 중앙시장 소상공인 지원 방안 등 지역 맞춤형 현장 점검과 여론 수렴을 방문 목적으로 들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방선거를 겨냥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선거 개입 행보를 보인다는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경기 지역 방문의 경우, 지난달 25일 성남, 용인 등을 방문한 데 이어 일주일 만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11일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대선 후 끊임없이 지역 방문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이날 방문한 도내 지역은 경기도지사 선거판의 '뜨거운 감자'인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군공항 이전 이슈 등이 얽힌 곳들인 데다, 인구 100만 이상의 수원·용인특례시가 포함됐다.
 
후보들이 차기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과시해 주요 쟁점에서 우위를 점하게 해줌으로써, 대규모 표심이 걸린 지역에서 이른바 '윤심'의 영향력을 부각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시장 후보들이 윤 당선인과 동행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과도한 후보 '밀어주기'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대통령이었으면 탄핵감"…'정치 중립' 촉구

 
이에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김은혜 후보와 함께 경기도 곳곳을 방문하는 것은 의도가 명백한 선거개입이자 내로남불"이라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윤창원 기자

이어 "국민의힘 세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 질문에 대한 짧은 답변을 문제 삼아 탄핵을 시도했다"며 "지금 윤 당선인의 행보는 대통령이었으면 탄핵감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도 지난달 말 윤 당선인이 충청권을 방문한 것에 대해 "당선 사례(감사인사)를 빙자한 지역 투어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 측은 당선인이 아직 공무원 신분은 아니더라도 모든 활동이 국고로 지원되고 곧 대통령 신분이 되는 만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당선인을 대통령에 준하는 공무원의 범위에 포함해야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당장 현행법상 당선인은 명확한 규율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방순회나 당내 후보와의 동선이 겹치는 것만으로 위법성을 판단할 순 없다는 게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다.
 
경기도선관위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될 만한 정치적 발언을 하면 모를까 후보들과 동선이 겹치는 정도로 법 위반 요건을 갖추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尹 측 "민생 행보일 뿐, 억지 네거티브 멈춰라"

 
윤 당선인 측은 '대선 이후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민생 행보'를 전국 순회 명분으로 내세워 왔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연합뉴스

이날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지역순회 일정이 선거개입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당선 이후 지역에서 민생을 살피고,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선거 개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장 비서실장은 "지난 총선 때 (문재인) 대통령께서 어떤 일정을 보냈는지 한 번 보길 바란다"면서 "그건 그렇게 비판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 역시 지난달 29일 민주당이 윤 당선인의 지역 방문을 선거개입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어떤 게 선거 개입인가"라고 반문했다.
 
당시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작년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신공항 적극 지원을 약속하며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하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지역 방문은 민생행보이고, 윤 당선인의 지역 방문은 선거운동인가"라며 "억지 네거티브 공세를 멈추고 정치의 품격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격전지 중심 행보는 정치적…역효과 우려도'"

 
전문가들은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격전지를 중심으로 광폭 횡보를 보이는 것 자체가 정치적 목적이 짙어 보이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0.73%P 표차의 대선 결과와 향후 여소야대의 불안한 국면을 고려,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지방권력을 탈환하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 공천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는 4명 정도로 윤 당선인의 영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분위기"라며 "비정치인 출신 당선인으로서 자신의 조직기반 다지기를 위해서라도 지방선거에 개입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다만 서울 외 수도권은 윤 당선인 지지율이 높지 않다 보니 윤석열 마케팅을 하려는 후보도 박근혜 때만큼 많지 않다"며 "당선인 행보의 역효과 우려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도 "초박빙으로 이긴 대선을 극복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 것 같다"며 "감사 인사하러 간다고 해놓고 지역별 공약 내세우며 자당 후보와 사진 찍는 모습은 '헌법수호'를 외치며 노골적인 선거개입을 하는 이중적 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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