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일 미디어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털이 확증편향과 가짜뉴스의 숙주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검증하겠다"며 포털의 투명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포털은 단순히 인터넷의 출입구 역할을 벗어나 언론사를 취사선택하고 뉴스 배열 등 사실상의 편집권을 행사해 대한민국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며 "'언론 위의 언론'으로 군림하는 막강한 권력이 된 것이다. 투명성과 국민 신뢰를 제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인수위는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 법적기구 설치 △제평위 회의 속기록 작성·공개 의무화 △제평위원 자격 기준 법적 규정 △아웃링크 단계적 추진 △유튜브 '노란딱지' 제재 사유 공개 등을 포털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 간사는 우선 "알고리즘이 중립성을 담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편집'보다 어쩌면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전문가 중심의 가칭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를 법적 기구로 신설해 포털 내부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박 간사는 "정부가 검증에 직접 개입하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법으로 위원회의 인적 구성·자격 요건·업무 등을 규정하고, 뉴스 등 배열·노출 등에 대한 알고리즘 기준을 검증해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중립적 외부 기관으로 만들되 그 경우에도 정부의 역할은 위원회를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간사는 "포털은 제평위를 통해 언론사의 제휴 계약·해지 여부를 결정한다"며 "사실상 언론사의 목줄을 쥐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평위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강조했다.
포털에서 기사를 이용하려 할 때 포털에 머무는 '인링크'가 아니라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나왔다.
박 간사는 "이용자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 호흡으로 아웃링크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우선 언론사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자발적 아웃링크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웃링크의 효과를 세밀하게 분석해 전면 전환을 준비하겠다"며 "전면 도입 후에 문제가 계속되면 포털 편집권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간사는 "인링크는 자체 홈페이지·서버 구축이 어려운 중소 언론에는 혜택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마치 가두리 양식장처럼 포털 내 트래픽을 증가시켜 포털 내 뉴스 광고 효과를 높이고, 포털의 지배력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박 간사는 "차단·제한·삭제 등 제재조치를 할 경우 정확한 사유조차 확인하기 어렵다"며 "미디어 플랫폼 이용자의 불만처리 체계를 강화해 노란딱지 등 제재를 받을 때 최소한 제재 사유는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의 포털개혁 방안은 민주당이 지난달 '언론개혁'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발의한 관련 법안과 유사한 점이 있다. 민주당은 △포털사의 알고리즘 뉴스 추천·편집 제한 △포털제휴 언론사 차별 금지 △아웃링크 의무화 △지역 언론사 노출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간사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과거 민주당의 알고리즘 투명화 법안에 대해 '전두환 보도지침'이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어디에서도 알고리즘 검증이 되지 않는다"며 "민주당 등 야당의 알고리즘 투명화 방법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서 멋진 대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포털의 첫 화면을 구글식으로 강제한다는 게 시장논리에 맞나'라는 질문에는 "(포털이)뉴스검색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해야 하는데 언론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구글, 바이두 등이 아웃링크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더 나은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박 간사는 유튜브 '노란딱지'와 관련해 기업에 강제할 수 있냐는 질문에 "권한을 제한하거나 제재할 때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 없이 노란딱지를 붙여 차단하는 것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법적으로 최대한 (강제)할 수 있다"며 "다른 나라에도 그런 것은 없지만 우리가 최초 시도하려는 것으로 자신감을 갖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인수위의 이날 발표에 대해 네이버와 카카오 관계자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구글과 메타 등 외국계 업체 관계자들 역시 막 나온 정부 발표에 관해 입장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