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현장감이 다른 것 같아요."
"라이브를 실제로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라이브 음향이 달라요!"
"뭔가 물어볼 때 저희가 소리 내서 대답할 수 있다는 거? 애들도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지난해 오픈 채팅방에서 만나 콘서트 첫날과 마지막 날 함께 오게 되었다는 강유진(25), 전우리(29), 구세라(28), 조가희(24)씨에게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열리는 콘서트에 온 소감을 묻자 금세 여러 대답이 쏟아졌다. 코로나 영향으로 생겼던 여러 규제가 완화돼 이전보다 공연을 더 즐길 수 있게 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트레이 키즈의 첫 번째 월드 투어를 관람했다는 아멜리(20), 야스민(19), 나나(19)씨도 달라진 방역 수칙이 반갑다고 입을 모았다. "그때 우리는 크게 소리 지르는 건 물론이고 춤도 많이 췄었다. 마스크도 쓰지 않았고 다 같이 노래할 수 있었다"라며 프랑스 공연 당시 상황을 언급한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소리 지를 수 있게 돼 아주 짜릿하고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사회적 거리 두기' 모든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행사·집회 인원 제한이 사라져 수천 석 이상의 대규모 콘서트가 가능해졌다. 어겼을 시 처벌 대상이었던 '함성·떼창 금지'는 자율적으로 준수하는 권고 수칙이 되었다. 사실상 관객들의 응원이나 노래 따라 부르기가 가능해진 셈이다.
'매니악' '거미줄' '강박' 세 곡을 마치고 무대에 오른 스트레이 키즈도 팬들의 응원에 한껏 흥이 오른 듯 오프닝 인사 첫머리부터 팬덤명 '스테이'를 연호했다. "오늘도 행복한" 리노, "오늘도 쿼카를 닮은" 한, 눈웃음으로 팬들을 맞은 막내 아이엔, "오늘도 행복을 주는 용복이" 필릭스, "오늘도 신나게 무대를 할 예정인" 방찬, "오늘도 역시 붉게 땀을 흘릴 땀쟁이" 현진, "오늘도 쌍꺼풀이 사라지지 않은" 승민, "깜장 푸들이 되어서 돌아온" 창빈이 차례로 자기 소개할 때마다 팬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어제 보신 분들도 오늘 처음 보신 분들도 오늘(공연)이 처음인 것처럼 열심히 준비"(승민)했고, "오프닝 무대부터 매니악함을 많이 많이 보여드리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이 고민"했다는 스트레이 키즈의 이번 공연은 크게 '매니악'과 '마스크 오프' 두 파트로 나뉘었다. 지난 3월 낸 최신작인 '오디너리'(ODDINARY) 수록곡 비중이 가장 컸고, '이지'(Easy) '디스트릭트 9'(District 9) '부작용' '신(神)메뉴' '소리꾼' '승전가' 등 스트레이 키즈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 준 대표곡도 세트리스트에 포함됐다.
첫 곡 '매니악'은 현장감이 살아 있어 인상적이었고, 목에 줄을 걸고 춤을 추다 나중에 목줄을 풀어내는 '강박'의 안무는 파격적이었다. 쉴 새 없이 빠른 래핑이 돋보였던 '디스트릭트 9' 무대는 불꽃과 폭죽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고조됐고, '부작용' 무대 땐 여덟 멤버가 마치 한 몸이 된 듯 선보이는 안무와 쉴 새 없이 쏘는 조명이 눈길을 끌었다.
스트레이 키즈의 기본값이 데시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듯한 폭발력을 기반으로 한다면, 의자에 앉아 노래한 '비 미'(B Me)와 처음으로 스탠딩 마이크가 등장한 '론리 스트리트'(Lonely St.)는 조금 더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곡이었다. 서정적인 모던 록 장르인 '사일런트 크라이'(Silent Cry)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날 콘서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방찬·리노·승민·아이엔, 창빈·현진·한·필릭스로 나뉜 유닛 무대였다. '피어난다'와 '머디 워터'(Muddy Water)도 각 유닛의 매력을 보여주었으나, 짧게 선보인 무대의 강렬함이 오래 남았다. 창빈과 한이 주고받듯 나눈 재치 있는 가사의 래핑, 필릭스의 저음과 현진의 고음이 조화로웠던 '뷰티풀'(Beautiful)에 이어, 리노와 아이엔은 '너를 보내고'로 승민과 방찬은 '예뻤어'로 음색을 뽐냈다.
"틀을 벗어난, 기준을 벗어난, 정형화되지 않은 매력으로 스테이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아티스트"(창빈)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것처럼 멤버 대다수는 하나의 포지션에 머무르지 않고 랩과 보컬을 자유롭게 오가며 28곡을 소화했다. 에너지를 분출하는 스타일의 곡이 주를 이뤘음에도 후반부에도 처지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왜 퍼포먼스로 유명한 그룹인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너는 무대 위에서 정말 빛이 나는 사람인 것 같아"라는 팬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는 한은 "빛이 난다는 말은 빛이 그 사람을 비춘다는 말인데, 우리를 비추는 게 스테이라서 너무너무 행복하다"라며 "앞으로도 계속 변하지 않는 모습, 더 나아가는 모습, 여러분들 손잡고 계속 걸어가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까 어디 가면 안 돼요, 알았죠?"라고 말했다.
아이엔은 "제가 웃는 걸 보면 되게 행복해진다고 하신다. 정말 나는 그냥 웃는 건데 행복해진다니까 저까지 행복해지고, 제가 이렇게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에 되게 감사하고 스테이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다. 스테이도 저한테 너무너무 행복을 주는 사람들이고 항상 말했듯 행복의 근원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허리 부상으로 재활 중인 필릭스는 멤버들과 스테이 덕분에 꼭 무대에 오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고, 오늘 특별히 이렇게 콘서트 하면서 정말 감동도 많이 받았다"라며 "우리만의 모습을 많이 보여줄 테니까 많이 기다려 달라"라고 전했다.
현진은 "내가 이렇게 사랑을 받을 자격이나 있을까. 어, 나는 아직도 나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사랑받는 거 너무너무 좋아한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래도 꾸준히 사랑받고 싶다. 그래서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여러분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해서"라며 "나 하면 사랑이 떠오르도록 열심히 하겠다.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내 덕에 행복하도록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승민은 "저는 물론 사랑받는 것도 너무 좋지만 누군가한테 힘을 주는 것, 저를 통해서 (사람들이) 에너지를 얻는 걸 너무 좋아한다"라며 "사실 저는 영원하다는 건 잘 믿지 않지만, 그냥 지금 이 순간처럼 우리 멤버들이랑, 곁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랑 계속 간다면 영원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럴 수 있도록 저희가 꼭 스테이 위해서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창빈은 "저는 이 여덟 명이 뭘 하든 간에 끝까지 이해할 거고 끝까지 지킬 거고 함께하고 싶고 스테이랑도 그럴 거고 그러니까 어디 안 가고 있어 주셨으면 좋겠다. 어디 절대 안 가겠지만. 3일 동안 잘 때 꾸는 꿈이 꿈이 아니고 난 진짜 이게(공연하는 게) 꿈이더라. 스테이가 내 꿈이고 스트레이 키즈가 내 꿈이고 우리 함께 걷는 길이 내 꿈"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4시간여 만에 끝이 났다. 사흘 동안 월드 투어 '매니악' 서울 공연을 마친 스트레이 키즈는 오는 6월 11~12일 일본 고베, 18~19일 도쿄, 28~29일 미국 뉴어크, 7월 1일 시카고, 3일 애틀랜타, 6일 포트워스, 9~10일 로스앤젤레스(LA), 12일 오클랜드, 14일 시애틀, 26~27일 일본 도쿄까지 총 10개 도시에서 18회 공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