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D-1' 르세라핌, 기대-우려 모두 안은 하이브 새 걸그룹

오는 5월 2일 데뷔하는 하이브 새 걸그룹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빅히트 뮤직(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 플레디스(세븐틴·프로미스나인), 빌리프랩(엔하이픈) 등 다양한 레이블을 거느린 하이브가 쏘스뮤직과 합작한 새 걸그룹을 오는 2가요계에 내놓는다. 인수·합병을 통해 한 식구가 된 기존 데뷔 가수가 아니라 기획과 제작부터 하이브에서 한 걸그룹은 처음이고, 이미 큰 인기를 끌었던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 멤버 둘이 포함됐기에 어느 때보다 주목도가 높다.

'하이브 최초 걸그룹'이라는 수식어만으로 데뷔 전부터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 주인공은 바로 르세라핌(LE SSERAFIM)이다. 'IM FEARLESS'를 문자 배열을 바꿔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 방식인 애너그램 형태로 바꾼 팀명은,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라는 자기 확신과 의지가 담겼다.

르세라핌은 지난달 4일부터 멤버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팀을 향한 궁금증을 끌어올렸다. 첫 번째 주자는 아이즈원 출신 사쿠라였고, 이후 김가람·홍은채·김채원·카즈하·허윤진이 차례로 공개됐다. 최연장자인 사쿠라(1998년생)부터 막내 홍은채(2006년생)까지 10대 후반~20대 초반 연령대인 MZ세대로 이루어진 팀이다.

유리한 출발선 : 화제성 끌어모으는 요소 다수 갖춰

한 해에도 셀 수 없이 많은 팀이 데뷔하는 만큼, 초반 주목도를 선점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그림이다. 그런 면에서 르세라핌은 △현재 가장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사로 꼽히는 하이브가 쏘스뮤직과 협력해 론칭하는 첫 걸그룹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한 아이즈원 출신 사쿠라와 김채원이 포함된 그룹 △비공개 상태였던 새 멤버들을 향한 호기심 등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를 고루 갖췄다.

왼쪽부터 르세라핌 사쿠라, 김채원, 김가람. 쏘스뮤직 제공
하이브는 그동안 축적해 온 제작과 프로듀싱 역량을 총동원해 르세라핌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바 있다. '방탄소년단의 아버지'로 불리며 BTS-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 등을 연달아 성공시킨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전면에 나서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게 첫 번째다. 청춘과 성장 스토리를 풀어낸 비주얼 콘텐츠로 사랑받은 방탄소년단 '화양연화' 시리즈 제작에 참여한 김성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르세라핌 제작팀 주요 멤버다.

지난 25일 공개된 트랙 리스트를 보면 르세라핌의 첫 출발을 위해 유수의 작가진이 모였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태민 '크리미널'(Criminal)과 엑스원 '플래시'(FLASH)를 만든 프로듀싱팀 13이 5곡 전 곡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방탄소년단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을 작업한 싱어송라이터 블러쉬와 미국 팝 아티스트 데스티니 로저스, 빅히트 뮤직 소속 프로듀서 슈프림 보이, 싱어송라이터 아비어도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타이틀곡 '피어리스'(FEARLESS)는 펑크 기반의 얼터너티브 팝 장르 곡이다. 멤버들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가사로 녹인 점이 특징이다. 첫 번째 곡 '더 월드 이즈 마이 오이스터'(The World Is My Oyster)는 패션쇼 런웨이가 연상되는 리듬과 사이키델릭 무드로 무장한 곡이다.

김채원과 허윤진이 작사에 참여한 '블루 플레임'(Blue Flame)은 신비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디스코-펑크 스타일 곡이다. '더 그레이트 머메이드'(The Great Mermaid)는 동화 '인어공주'를 르세라핌 시선으로 재해석한 결과이며, '사워 그레이프스'(Sour Grapes)는 사랑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본인을 더 소중히 여기는 이기심이 공존하는 심리를 노래했다.

왼쪽부터 르세라핌 카즈하, 허윤진, 홍은채. 쏘스뮤직 제공
익숙한 멤버와 낯선 멤버가 공존하는 것도 르세라핌의 특징이다. 화려한 성공을 거둔 인기 그룹 멤버가 합류했다는 점은 팀의 안정적인 출발을 담보하는 요소다. 팀명이 밝혀지기 전 르세라핌은 '하이브 새 걸그룹' '사쿠라-김채원 그룹'으로 불린 바 있다. 사쿠라는 르세라핌 멤버 중 최초로 공개된 인물이며, 김채원은 르세라핌의 리더다.

대중에게 친숙하다는 것 자체가 강점인 동시에, 이들이 향후 르세라핌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반면 아직 대중에게 낯선 다른 멤버들은 상반된 궁금증을 자극한다. 알려지지 않았기에 앞으로 알아갈 것이 풍성하다는 '신선함'은 신인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다.

멤버 과거와 선정성 논란은 약점

정식 데뷔 전부터 부정적인 이슈가 제기된 것은 약점으로 작용한다. 르세라핌 멤버 두 명이 전 시즌 조작이 확인된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탄생한 아이즈원 출신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이중 사쿠라는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인사인 아키모토 야스시가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AKB48 멤버로, AKB48은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무대에 서거나, 야스쿠니 신사에서 노래하고, 기미가요를 불렀기에 '우익'이라는 비판이 지속해서 나온 바 있다.

멤버 김가람은 외설적인 사진과 문구가 그려진 칠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비롯해 과거 SNS 사진과 게시글이 대량 공개됐고,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주장 등이 나오면서 단숨에 이슈의 중심에 섰다. 하이브는 곧바로 공식입장을 내 김가람은 학폭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반박했으나, 추가 피해 폭로도 계속됐기에 김가람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완전히 거두어졌다고 보기엔 어렵다.

5월 2일 데뷔 앨범 '피어리스'를 발표하는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데뷔 프로모션 과정에서 성인 멤버뿐 아니라 미성년자인 멤버들까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일이 반복돼 '성 상품화'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새겨야 할 부분이다. 김채원이 밑가슴 라인이 드러나는 언더붑 의상을 입고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모든 멤버가 짧은 테니스복을 입고 하이힐을 착용한 사진이나 시스루가 강조된 레이서 콘셉트 의상은, 본연의 기능과 무관하게 스포츠를 단지 성적 어필 도구로 삼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논란마저 르세라핌을 향한 관심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르세라핌의 데뷔 프로모션 영상 총 조회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3천만 뷰에 달했고, 데뷔 앨범 '피어리스' 선주문량도 38만 장(4월 29일 기준)을 기록했다. 르세라핌은 내일(2일) 첫 번째 미니앨범 '피어리스'를 발매하고 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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