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 수장을 노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부동산 정책 발표를 놓고 아직 뚜렷한 내용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윤곽이 얼마나 드러날지 원 후보자의 '입'에 관심이 집중된다. 또 제주 지사 시절의 오등봉 개발사업 특혜 논란 등 최근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에는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보이지 않던 '원희룡표' 부동산 정책, 청문회에서는 보여줄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2일 원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이어 국토위는 다음날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원 후보자는 이번 대선에서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을, 인수위에서는 기획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선 정치인에 제주도지사까지 맡았던 경력을 무기로 관계 부처, 국회와의 정책·입법 조율도 무리 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 후보자가 과연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얼마나 전문성을 갖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거 국회의원 시절에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약한 적이 없는 등 부동산 정책·사업을 직접 추진한 경험이 일천하다는 꼬리표를 아직 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수위에서 부동산 정책을 놓고 '갈지자 행보'를 보이며 파열음을 드러냈던 당사자였던만큼 얼마나 '정제된 입장'을 보일 것인지도 관건이다.
인수위는 지난달 중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원 후보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 간에 발표 시점을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정책을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안 위원장이 정면 반박했고, 결국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정식으로 발표하기로 정리했다.
이후 원 후보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언급하기보다 본인에게 제기됐던 의혹 해명에 주로 집중해왔다. 이미 부동산 세제, 재정비 사업 규제, 임대차 3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을 쏟아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원 후보자와 추 후보자는 같은 날 인사청문회가 진행된다. 원 후보자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정책 과제의 방향을 어느 수준까지 제시하느냐를 놓고 차기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의 주도권의 향방을 가늠해봄직 하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주택공급 로드맵 제시" 강조…규제 완화에는 신중론 펼칠 듯
원 후보자가 가장 공들여 설명할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250만 가구' 공급의 청사진이다. 역세권 첫집이나 청년 원가주택 등을 중심으로 그동안 풀어놓지 않았던 구체적인 공급계획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주택공급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며 "청년 등을 위한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 집 등의 전용주택을 도심 역세권, 신도시 등 우수한 입지에 저렴하게 공급하고, 전용 모기지 등의 금융지원을 병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욕적인 답안을 내놓았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년 연속 두 자릿 수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재조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원 후보자는 답변자료에서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해 보유 부담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보완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공시가격 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대 공약도 관심거리다. 원 후보자는 지난달 21일에는 직접 GTX-A노선 6공구 건설 현장을 찾아가 "GTX를 확대해 수도권 내 주거입지 격차를 해소하고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며 노선 확충 방안을 의논하기도 했다.
다만 재정비 사업 규제 완화, 부동산 세제 등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큰 분야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원 후보자는 답변자료에서 "아직 시장 과열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시 가격이 불안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집값 자극이 없도록 시장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는 "직접적 가격 규제 정책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도입되다 보니 전셋값 상승, 시장 왜곡 등 여러 부작용을 야기했다"면서도 "전·월세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충분한 공론화와 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쳐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는 "현행 제도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분양가상한제에는 "분양가 산정 과정 등에서 보완할 점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에서 선을 그었다.
이미 윤 당선인이 규제 완화를 예고하자 안전세를 보이던 집값이 다시 들썩였고,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 발표 논란도 이러한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는 명분으로 마무리됐던만큼 규제 완화보다 공급 확대에 무게를 실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제주판 대장동' 오등봉 사업부터 셀프 결재, 정치자금 논란까지…숱한 의혹 털어낼 수 있을까
원 후보자의 과거 행적에 대해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한 검증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지난달 20일부터 원 후보자 측이 언론에 배포한 해명·설명 자료만 12건에 달할 정도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비록 원 후보자가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을 지내며 나름의 검증을 거친 정치인 출신이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 관련 의혹까지 제기돼 '국토부 수장' 자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 의혹이 제주 오등봉 민간특례 개발사업의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관련 규정을 어기고 특정 업체에 편의를 제공했다는 논란이다. '대장동 일타강사'로 이름을 날리며 부동산 전문가 이미지를 얻었던 원 후보자가 '제주판 대장동'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배우자 명의로 매입한 단독주택 부지 일대의 용도를 변경하도록 관련 도시계획을 '셀프 결재'했다거나, 제주 지역 공기업 사장 등으로부터 부당한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이 외에도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을 개인의 대학원 학비로, 도지사 시절의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원 후보자가 친동생을 정치자금 후원회에 채용해 급여를 지급했다는 논란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