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슬피 우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더 이상 이 땅에서 어이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소서."
지난 2020년 경기도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로 숨진 38명의 산재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현장 산재사망 추모기도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3대 종단이 함께했다.
추모기도회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순으로 진행됐다.
개신교 추모기도회는 김영주 교회협 정의·평화국장 사회로 진행됐다.
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장기용 사제(성공회)는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숨진 38명 노동자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억누르기 힘든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장기용 사제는 "하나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존엄하게 창조하시고 노동으로 창조사업에 동참하게 하셨지만, 배금주의에 물든 비정한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처참한 죽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애도했다.
장기용 사제는 이어 산업재해에 무관심한 국민들과 정치권, 언론을 향해서도 자성을 촉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장기용 사제는 "산업재해에 무관심한 이 사회를 흔들어 깨우셔서 모든 시민들이 노동자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기원하고, 국회가 노동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무관심한 언론과 사람들의 시선을 다시 모아 인간이 존중 받는 사회로 변화 시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38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부활신앙으로 변화시키자는 다짐도 이어졌다.
교회협 인권센터소장 황인근 목사는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을 찾아가신 일(요한복음 20:26-27)을 전하며, "평화가 요원하고 불평등과 부조리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서 주님은 다시 한번 평화의 삶을 허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근 목사는 "자본권세가 노동자들을 노예 부리듯 갈취하고, 생명을 경시하고, 정치권력이 뒷배로 있는 현실이지만, 38명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은총의 사람들이 돼서 평화의 길을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추모기도회에는 동국제강 산재 사망자 이동우 씨의 어머니 황월순 씨가 참석해 산재사망 유가족 증언에 나섰다.
황월순 씨는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이 사고 났을 때 사람 대우를 받고 인간으로서 존중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아들은 억울하게 사고 당했지만, 더 이상 안타깝고 무고한 희생 있어서는 안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