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놓고 극한 대립 상태인 국회가 판단 '외주화'를 선택하며 의회정치의 실패를 앞장서 이끌고 있다. 여당의 무리한 독주와 야당의 협상 실패, 번복을 되풀이하던 국회가 결국 국민투표, 헌법재판소 등에 공을 돌리는 상황은 스스로 입법권과 여야 협치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본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29일 국회에서 검수완박 논쟁은 합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강대강 대치 상태다. 다수 여당인 민주당은 소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만든 안건조정위원회를 '꼼수 탈당'으로 무력화하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로 중단하기 위해 '회기 쪼개기'라는 무리수까지 두며 법안 처리에 강행 드라이브를 건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해 의원총회까지 거친 중재안 수용을 뒤집어 번복하는가 하면, 법안 통과가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수사권을 이관할 중대범죄수사청 구성 논의에도 불참 의사를 밝혀 대치를 심화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이 가처분 신청(법률안의 효력 정지, 본회의 부의 금지)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한 것이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국민투표를 제시하고 당이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점은 정치권 안팎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회가 민의를 대신해 협치로 풀어나가야 하는 사안을 아예 국회 밖으로 옮겨 대의민주주의의 필요성이나 정당성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초선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독주와 국민의힘의 국민투표론 등 양측 모두 현재 의회정치 실종 상황에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며 "서로를 설득할 방법이 도저히 없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국회 안에서 여러 가능한 대안을 논했어야 맞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전문가들 역시 국회 스스로 결정 권한을 외부에 넘긴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판단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하대 정책대학원 박상병 교수는 "헌법상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으로 한정된 국민투표를 검수완박법에까지 적용해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발상은 의회민주정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런 식이면 국회가 있을 필요가 무엇이겠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 안에서 갈등으로 불거진 일을 검찰에 고소하고, 법원에 가고, 헌재에 소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 역시 결국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평가하고 결정하도록 하는 정치의 몰락 그 자체"라며 "민주주의를 국회 스스로가 아사(餓死)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내영 교수는 "다수 여당이 무리하게 절차를 어겨가면서 몰아붙인 입법이나, 그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것이나 타협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포기한 건 매한가지"라며 "민주당이 아무리 다수당이더라도 이번 대선으로 표심을 확인한 만큼 국민의힘을 존중해야 하고, 국민의힘 역시 다수당의 견제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충돌 위험만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당분간 여소야대 상황을 피할 수 없는데, 거대 야당의 반대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을 선택한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며 "검수완박 찬반을 떠나, 이같은 강대강 대치 방식으론 국정 운영 난항을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