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강 대 강' 대치 끝에 초유의 공사중단 사태가 벌어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과 유사한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번지는 가운데 주요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며 시공비 인상 압력까지 이어지자 건설업계에 '출혈경쟁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런 영향 등으로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수의계약으로 수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처럼 공사비 문제로 사업이 중단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늘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으로 착공 일정이 연기됐다. 현대건설은 3.3㎡당 528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는데, 일부 조합원들은 인근의 다른 현장과 비교했을 때 공사비가 과하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대전 용두동2구역 재개발조합도 최근 진행된 조합 임시총회에서 IS동서와의 시공 계약 해지 안건을 가결시키고 지난 15일 시공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당초 공사비는 3.3㎡당 405만원 수준이었지만, 사업이 진행되며 공사 비용이 늘어나며 전임 집행부가 467만원으로 공사비를 인상해 계약서를 변경했다. 이후 별다른 공사비 검증없이 계약서가 변경됐다는 이유로 조합장 등 집행부가 교체됐고, 새 집행부는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IS동서 측이 조합 집행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시공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없다며 맞서면서 조합은 시공 계약 해지를 단행했다.
다수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공사비 문제로 표류하는 가운데 최근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며 정비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건설사들은 '계산기'를 더 분주하게 두드리고 있다. 시공사 선정 때도 과열 경쟁보다는 수의계약이 우선되는 모양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 한 곳의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면 유찰된다. 유찰이 2회 이상 반복될 경우 정비사업 조합은 단독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1월~3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등 대형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장 22곳(컨소시엄 중복 포함)에서 6조9619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는데 이 중 86.4%인 19개 사업장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7개 건설사는 올해 1분기 수주한 모든 도시정비사업장에서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획득했다. 다만 대우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단 1건의 수주도 올리지 못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주전을 통해 다른 건설사와 경쟁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아 수주전에 무조건 뛰어들자는 분위기는 아니"라며 "사업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현재는 분양가 관련 규제와 원자재 가격 등 주택 시장에 변수가 워낙 많아서 경쟁사가 일찌감치 뛰어들어 공을 들인 사업지는 수주전 참여가 신중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