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불 쬐려고" 공터 등지서 방화 50대 노숙인 '실형'

법원, 징역 10개월 선고…재판부 "비난 가능성 커"

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

공터와 부두 등지에서 불을 지른 혐의로 법정에 선 50대 노숙인. 이 남성은 "단지 추워서 불을 쬐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회적 위험성과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컨테이너와 폐어구류 등에 불을 지른 혐의(일반물건방화)로 재판에 넘겨진 강모(52)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 2월 17일 밤 서귀포시 한 부두에 쌓여 있던 컨테이너에 불이 붙은 휴지를 넣어 불을 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화재로 400만 원 상당의 컨테이너 553개가 불에 탔다.
 
곧바로 서귀포시 한 공터로 자리를 옮긴 강씨는 그곳에 쌓여 있던 폐어구류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그 불길이 인근 식당으로 연결된 취수관로로 옮겨 붙게 하는 방법으로 불을 지른 혐의다.
 
재판에서 강씨는 "단지 추워서 불을 쬐려고 했다"며 방화죄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길이 커지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현장을 벗어났다. 몸을 녹이려는 듯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고, 일정 시간 불길 옆에 있지도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건의 방화행위로 큰 불이 났고 소방관들에 의해 겨우 진화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고인은 주취 상태나 흥분한 상태도 아니었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 나타난 피고인은 매우 태연한 태도로 불을 놓은 다음 현장을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범행은 음주나 흥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다른 방화 범죄와 비교할 때 사회적 위험성과 비난 가능성이 훨씬 크다. 큰 피해가 발생할 위험도 상당히 높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재산 피해가 수백만 원에 그쳤고, 피고인이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공공위험죄인 방화죄의 보호법익에 따라 이 같은 사정을 양형 사유로 삼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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