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서 공화국 원수의 흰색 군복, 즉 원수복을 입고 나타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생전의 김일성 주석을 보는 듯하다'며, 김정은 우상화에 박차를 가했다.
원수복을 매개로 김정은을 김일성과 같은 반열에 올리면서 충성심 유도와 체제 결속에 적극 활용하는 양상이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사설에서 "열병식장에서 원수복을 입으시고 도도히 행진해나가는 열병대오를 사열하시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를 우러르며 우리 인민은 전승의 열병광장에서 답례하시던 위대한 수령님을 뵈옵는 듯한 숭엄한 감정에 휩싸여 대를 이어 불세출의 위인을 높이 모신 민족적 긍지와 환희로 한껏 격동되었다"고 찬양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김일성이 6.25전쟁 직후인 53년 7월 28일 정전협정체결 기념열병식에서 원수복을 입고 나타난 것에 비견한 것이다.
흰색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참여한 김일성의 모습은 당시 북한 인민들에게 이른바 '미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신문은 이날 열병식에 대한 북한 인민들의 반응을 소개했는데, 특히 전쟁노병 박재필은 "원수복을 입으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모습을 뵙는 순간 환희와 격정으로 심장이 세차게 높 뛰었다"며, "위대한 승리의 년대인 1950년대로 마음 달리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원수복을 고리로 1950년대 상황과 현재 상황을, 김일성과 손자 김정은을 최고지도자로 동일시하는 어법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인 2012년에 이미 공화국 원수 계급에 올랐으나, 그동안 원수복을 입고 공개 석상에 나온 적은 없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에 원수복을 입고 나온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핵 무력을 완성한 김 위원장의 업적이 김일성 주석의 업적에 버금간다는 것을 강조하는 맥락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페이스 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2017년 핵 무력 완성 선언 뒤에도 원수복을 입지 않았던 김정은이 이번에 흰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선 것은 6·25 전쟁 직후의 김일성에 버금할 만한 업적을 달성했다는 것을 김정은 본인은 물론 북한 간부들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말했다.
태영호 의원은 "김일성은 1953년 7월 28일 전승열병식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명분으로 처음으로 흰색 원수복을 입고 나왔으나, 그 이후에는 열병식은 물론 다른 행사들에서 조차 흰 원수복을 입지 않았다"며, "따라서 이번 열병식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김정은이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 단상에 오른 것으로, 김정은이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 앞에서 원수복을 입고 등장할 수 있는 명분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