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러블리즈의 베이비소울로 활동한 그는 지난 26일 이수정이라는 본명으로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냈다. 앨범명은 '마이 네임'(My Name)이다. 자신의 이름을 새기겠다는 각오가 담긴 직관적인 제목이다. 이수정으로 솔로 앨범을 내고 싶다는 건 본인 의견이었고, 거기에 착안해 회사가 앨범에 '마이 네임'이란 이름을 붙였다. 대중에게 조금은 더 익숙한 '베이비소울'이 아닌 본명을 택한 데에 "걱정은 없었다."
"더 진짜 내 모습이 되어가는 느낌?"이라며 "내 모습으로 음악하고 사람들에게 진짜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느낌이 나서 좋은 것 같다"라는 이수정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울림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어쩌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 텐데, 이수정은 "오히려 제가 그걸 원했다"라며 "진짜 모습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때의 재미가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곡을 받고 앨범에 실릴 노래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내 진짜 이야기와 감정이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와닿아서 위로와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동안은 랩 가사만 써서 노래 가사를 처음에 쓸 때는 무척 어려웠다. "다 완성하고 보면 아무 의미 없는 너무 흔한 이야기"만 나왔지만 "쓰고 쓰고 쓰다 보니까" 가사도 늘었다. 한 곡당 세 가지 주제로 완성하는 연습을 반복한 끝에, 총 6곡이 실린 앨범에서 5곡 작사에 참여했다.
지난 2019년 발표한 자작곡 '조각달'에 이어 솔로 데뷔 앨범 타이틀곡에서도 '달'을 주요한 소재로 삼았다. 그는 "'조각달'은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썼던 곡이다. 가사 내용도 그렇고 제목을 '조각달'로 정한 이유도 아직 나 자체가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조각달에 비유한 거였다. ('달을 걸어서'는) 그 달이 완성되어서, 채워진 달을 통해서 새로운 낮으로 걸어 나간다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부연했다.
앨범에 실린 곡 소개를 부탁했다. '진작에 헤어질걸 그랬어'는 제목 그대로의 얘기다. 이수정은 "오래 사귄 연인 사이에서 사랑이 없어졌는데 그동안 해온 습관처럼 만나서 밥은 먹지만 그 안에 애정은 전혀 없는 거다. 상대방이 너무 착해 헤어지자는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미안하지만 내가 나쁜 사람이 될게' 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체온'은 자전적인 곡이다. 이수정은 "이 가사 쓰기 전까지는 전 항상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사 쓸 시기에 혼자 있는 저에게 손 내밀어 준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알았다. 그 사람들을 통해서 '나도 사람들의 온기가 필요했던 거였네, 사실 그걸 원하고 있었네'라고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트랙인 '코스모스'를 두고는 "어린애들은 겁이 없지 않나. 모든 게 내 세상 같고 즐거움을 느끼고 사는데 커가면서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실패와 실수를 하면서 좋아하는 걸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되고… 잃어버렸던 마음을 되찾고 싶어서,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로 떠나는 듯한 가사를 담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곡은 '코스모스'와 '체온'이다. '코스모스'는 후속곡으로도 고려할 만큼 애착이 가는 노래란다. 이수정은 "팝적인 장르를 그동안 되게 하고 싶었는데 가장 팝적인 곡이라서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있다"라고 답했다. '체온'은 가사가 술술 나왔던 노래다. 그는 "듣는 분들이 진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담았다. 듣고 많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가사라서 애착이 많이 간다"라고 전했다.
솔로로 음원을 내는 것과, 정식으로 데뷔해 솔로로서 앨범을 내는 것은 다른 무게감을 지닌다. 그룹 활동에 집중해 오다 8년 만에 첫발을 뗀 이수정은 "너무 기쁘기도 하면서 벅차오르기도 한다"라며 "기대가 많이 된다"라고 말했다. "제 이름을 제대로 걸고 나오기도 했고, 스스로 만족도가 높은 앨범이길 바랐어요."
"돌아봤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게 강해서, 매 순간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이 나온 것 같아요. (…) 잘하려고 하는 부담감이나, 좋은 결과물만 보여주려고 하는 괴로움보다, 그냥 내가 후회 없이 만족할 수 있는 거에 집중하다 보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
팬과 대중이 기존의 이수정이 아니라 "새로운 아티스트가 탄생한 것처럼" 느꼈으면 좋겠다고 한 이수정은 앨범 발매 후 음악방송에는 나가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사장님이 하지 말라고 하셔서"라는 답에 폭소가 터졌다. 대신 공연에 집중할 예정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 신촌에서 버스킹을 하기도 했다.
첫 단독 콘서트는 장기 공연이다.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그달 29일까지, 총 4주 동안 매주 목요일~일요일에 관객을 만난다. 총 16회다. 공연명 역시 '마이 네임'인 만큼 기획부터 "거의 100%" 참여했다.
이수정은 러블리즈 시절을 "저에게는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은 소중한 경험"이자 "인생의 값진 추억"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음악 외적인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던 그룹 시절과는 다르게, 앞으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도전하는 것, 다양하게 새로운 걸 하는 걸 좋아한다. 가수뿐 아니라 예능도 많이 해 보고 싶고, 뮤지컬과 연기도 해 보고 싶다. 다양한 걸 해 보면 그 안에서 제가 흥미가 있는지 없는지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팬분들 정말정말 오랜 시간 긴 시간 기다려 주셨는데 기다리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저 믿고 기다려줘서 너무너무 고맙고 그 믿음에 반하지 않게 정말 좋은 앨범 들고 왔으니까 여러분에게 활력이 되고 기쁨이 되어서 열심히 잘 살아갈 힘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