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마다 빵빵 터지는 의혹들…인사참사 원인 '졸속검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당선인이 지명한 국무총리·18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 각각에 대한 여러 의혹과 논란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부실 검증이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부실 검증의 원인으로 졸속 검증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 후보자들이 지명 직전까지도 자신이 국무위원 후보자로 내정될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은 인수위원회의 검증 기간 자체가 매우 짧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활동 4번에 20억 한덕수부터 '아빠찬스' 정호영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

가장 먼저 지명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현미경 검증에 애를 먹고 있다.

한 후보자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무역협회장과 대형로펌 '김앤장'의 고문 등으로 재직하며 43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김앤장 고문 활동으로 확인된 것은 베트남 기업·정치인들과의 간담회 등 4차례 활동이 전부인데 약 20억원의 고문료를 받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클 뿐만 아니라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한 후보자의 처가가 지난 2007년 서울 중구 장교동 일대 225.4㎡의 토지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약 50억 상당의 차익을 남겼다는 '고가 매도' 논란도 있다. [관련 기사 CBS노컷뉴스=[단독]한덕수 처가, 청계천 땅 팔아 50억 차익…매수자는 MB특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병역비리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당초 '출산은 애국', '3M 청진기' 등의 칼럼이 도마에 오르며 부적절한 여성관을 갖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과정에서의 '아빠 찬스' 논란, 아들의 병역 특례 의혹 등이 잇달아 제기되며 민주당의 '데스노트'에 1순위로 이름을 올렸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미교육위원단이 운영하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한국외대 총장시절 학생들의 학부모 직업 등을 조사하려 했다가 무산된 바 있고, 롯데첨단소재 사외이사 겸직을 셀프로 허가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형제가 운영했던 법인(TNPI HK)의 중국 커피 사업 포기 과정에서 200억 원의 합의금을 받은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보도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 커피빈 사업 계약해지 배경엔 TNPI HK 측의 과실책임도 있는데, 커피빈 본사가 되레 고액의 합의금을 전달한 것이다. 이때 권 후보자는 주중대사였다.

이밖에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이 온라인 도박 관련 사업을 진행한 회사의 임원으로 근무했다는 논란이 있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차녀가 CJ제일제당에 재직하면서 연봉이 이례적으로 많이 인상됐다는 점 등이 논란이 됐다.

인사검증부터 지명까지 단 10일?

가운데줄 왼쪽부터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환경부 장관에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아랫줄 왼쪽부터 해양수산부 장관에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영 의원,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부실 검증과 인사 논란의 원인으로는 졸속 검증 문제가 진단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3월 31일 (주)이엔에프테크놀로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행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시점은 4월 13일이다. 불과 10여일 전까지만 해도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던 이 후보자가 별안간 국무위원 후보자가 된 셈이다.

이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5일 후 사외이사에서 자진사임했다.


이 후보자는 백혜련 의원실이 '(재선임) 당시에 행안부 장관으로 지명될 것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이 후보자가 국무위원 후보로 낙점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10일 남짓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이 후보자는 사돈의 제약사 주식으로 차익을 봤다는 부분과 판사 시설 상습적으로 과태료와 자동차세를 체납해 차량 압류를 11번이나 당했다는 점 등이 논란이다.

그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4년 후배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내각 발표 하루 전날에서야 지명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관 후보자 지명 사실을 하루 전에 알았다고 밝히면서 "(귀국하면서) 10시간 넘는 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서 고민을 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과 과거 자신이 직접 설립한 벤처캐피털 회사가 중기부의 시정명령을 세 차례나 받았던 부분이 논란이다.


현재 인수위에서 인사검증팀은 10여명 규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 분과에 속하지 않고, 비서실 소속이다. 윤 당선인이 직접 챙긴다는 뜻이다.

검찰 출신 주진우 전 부장검사와 이원모 전 검사 등을 중심으로 행안부와 국세청, 경찰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인사검증을 맡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예비검증팀이 하나 있고, 주진우 전 검사가 이끄는 검증팀이 하나 더 있다"며 "현역 의원의 경우 검증을 위한 개인정보 동의서를 받지 않고 있고 외부 인사들에게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검증실패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윤 당선인과 가까운 인사에 대해서는 검증팀에서도 조금 부담될 수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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