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27일 용산 집무실 이전을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퇴임 시점에 이르신 만큼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책무를 부탁 드린다"며 우회적으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압박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임기가 며칠 남지 않으신 현직 대통령과 그 임기를 이어받는 차기 대통령의 말씀을 만담을 주고받듯 일일이 대꾸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생각하며 본인의 책무를 다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개인적으로는 지금 새 정부 집무실 이전 계획이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며 "어딘가 적지인지 두루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고,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그냥 '3월말까지 국방부 나가라, 방 빼라. 우린 거기에서 5월 10일부터 업무 시작하겠다'는 식의 일 추진이 저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배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당선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두 분 간 집무실 이전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며 "백브리핑을 통해 취재진들께서 공유하셨으리라고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에 대해 '광화문에 가지 않은 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그 이외 장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집무실 이전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바라보시기에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전직 대통령이 협조해서 잘 도왔다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게 국가지도자로서의 품격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뜻인 동시에 '국민과 헌법가치 수호'를 언급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검수완박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문 대통령이 퇴임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과 관련해 '국민과 헌법가치'를 언급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전날 인천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이 헌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헌법 가치를 잘 실현하는 것"이라며 애둘러 검수완박 중재안을 비판한 바 있다.
배 대변인은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많은 국민이 날로 고도화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잔혹한 범죄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며 "심도 있는 논의와 함께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도 풍부하게 조성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